소소한 영화관 특별전 #7
저의 집에서는 매 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닮은 듯, 안 닮은 듯한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 특별 상영전이 열렸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리며 또한 이 특별전은 영화의 실제 퀄리티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3월, 무일푼으로 시작을 해 자신이 직접 만든 제품으로 홈쇼핑에서 대박을 이루어 낸 '조이 망가노'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이>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16년 전, 또 다른 여성의 성공신화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대기업을 상대로 고소해 유래 없는 액수와 보상기간을 받아낸 사무원, 에린 브로코비치의 이야기입니다.
두 여성 모두 애가 셋 딸린 (영화 조이에서는 둘이지만 실제 인물에게는 세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이혼녀에 직업이 보잘 것 없는 백수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직접 개척해 나가지요. 또한 두 명 다 화끈한 성격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그녀들은 겉모습만 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통쾌하게 받아치지요. 삶의 끝에서 다시 일어나 세상에 맞서 멋지게 이겨내는 두 여성을 그린 영화, <조이>와 <에린 브로코비치>입니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두 영화, <노트북>과 <클래식>. 각각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들인데요. 물론 큰 틀은 두 영화가 다르기는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소하게 닮은 이 영화들은, 개봉 후 당시 신인이었던 레이철 맥아담스와 아직 인지도가 많지 않았던 조승우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영화입니다.
일단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방학 때 시골에서 만나는데요. 그들이 주고받은 사랑이 단지 여름방학의 꿈같은 사랑이 되었을지, 더 가서 결실을 맺는 사랑이 되었을지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 알겠죠? 또한 여 주인공 모두 부잣집 딸내미들인데 신분 차이 때문에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배경이 1940년대, 60년대인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한 두 영화 모두 '편지'가 핵심이 되는 영화들인데요. 언제 봐도 아련한, 가슴 시린 사랑의 정석을 담은 영화, <클래식>과 <노트북>입니다.
1994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3개 부분의 노미네이트와 6개의 수상을 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2014년에 개봉해 국내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당당히 차지한 영화 <국제시장>은 여러모로 참 많이 닮은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연배우의 엄청난 연기력과 그를 받쳐주는 감초 조연들, 또 잘 짜인 구성과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배경음악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이 두 영화는 본국에서 개봉하고 난 후 <포레스트 검프>는 한국에서, <국제시장>은 미국에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내는 영화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한 나라의 역사까지 그려내는 영화는 많이 없는데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국제시장>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실제로 일어났던 나라의 전쟁, 사건, 또 실존인물들을 만나며 깨알 같은 재미를 만들어 냅니다. 자칫하면 중구난방일 수 있는 스토리를 잘 풀어낸 이 두 영화는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할 수 있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3살은 싫어! 30살이 되고 싶어!"
"아니야. 난 현재 나의 모습인 37살이 싫어. 17살로 돌아간다면 그때 나의 선택을 바꾸겠어!"
현실을 부정하고 피하고 싶은 두 영화의 주인공 마이크와 제나. 그런 그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으니 바로 그들이 원하는 데로 마이크는 찌질하고 무능한 37살 회사원에서 17살 꽤 잘 나가던 그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겉모습만 바뀌었지 현실의 시간은 똑같다) 제나 역시 하루아침에 13살의 모습에서 그렇게 염원하던 30대의 자신으로 바뀌었는데요.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데로 모습이 바뀐다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지는 영화를 본 사람들만 알 것입니다. 귀여운 이 두 영화의 제일 큰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자신의 현실을 싫어한다는 것인데요. 외모가 바뀜으로써 그들의 인생이 바뀌고, 또 마지막에 큰 깨달음(?)을 얻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도 빼닮은 두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과 <17 어게인>입니다.
사람들은 가끔 '누군가 나를 대신해 내 삶을 살아주었으면' 하고 상상하곤 합니다. 그런 상상을 실제로 영화에 담은 두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과 왕의 대역을 다룬 영화들, <데이브>와 <광해>입니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사람들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영화가 되었는데요. 그 흥행의 주요 원인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케빈 클라인과 이병헌 모두 영화 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큰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자신의 삶은 사회적으로 별 볼일 없지만, 독특하게도 둘 다 유명한 사람과 외모가 똑 닮은 장점(?)이 하나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브와 하선은 바로 이 장점 덕분에 각각 대통령과 왕이라는 위치에 서서, 그 사람을 대신하는 대체자가 됩니다. 우스꽝스럽게도 본래의 지도자들보다 어쩌면 더 나은 통치를 하면서 말입니다. 정말로 좋은 지도자는 어떠한 지도자 일까요? 가난한 사람들을 정말로 도울 수 있는 것은 풍부한 지식과 많은 돈이 아닌, 그 사람들을 향한 진정한 연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영화, <데이브>와 <광해>입니다.
소소한 영화관 특별전에 올려지는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