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소 Jan 14. 2017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하는 것, 그뿐이다

<너의 이름은., 2016>

저의 집에서는 매주 작은 영화관이 오픈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은밀한 곳이죠.

상영시간은 '마음이 내킬 때'이고 팝콘과 콜라 대신 커다란 B사의 아이스크림이 대신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상영 영화도 항상 달라지는군요.

오늘은 이 오래되고 은밀한 영화관에서 너의 이름은.이 상영되었습니다.






keyword #1 <황혼, 그리고 기적>


오프닝만으로 티켓값 충분히 하는 영화.


가끔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 중 하나이지요.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일곱 번째 작품, 너의 이름은. 그는 이 작품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주었는데요. 극사실주의적 작화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가 정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작품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주며 한국에서도 또 다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가 일본에서 큰 성과를 얻어 들인 것은 어떻게 보면 6년 전, 일본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흔을 남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때, 참사를 미리 알아서 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다면이라는 간절한 염원이 이 애니메이션 영화에 우러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겠지요.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3년 전,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 있었는데요.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중, 곧 마을이 언제 혜성과 충돌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안내방송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 자리에 있어 주십시오.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할 당시가 2014년이었고 또 그 당시, 세월호 사건을 접하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선체가 침수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에게 자리를 지켜달라는 안내멘트였다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이 뼈아픈 사건도 이 영화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황혼에서 벌어지는 시간 속엔 남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겹겹이 쌓여 현실에선 실현 불가능한 크나큰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2011년 3월, 만 명이 훌쩍 넘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 그 당시 일본 NHK방송 리포터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죠.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 또는 참사에 대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기억해 주는 것. 안타깝게 떠나가 버린 그 사람들의 이름을 마음에 새기는 일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그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일이 아닐지요?



keyword #2 <OST>



너의 이름은. 하면 OST가 빠질 수 없겠지요?

영화는 마치 러닝타임이 긴 뮤직비디오인 듯 중간중간 가사 있는 노래들이 흘러나오는데요. 처음엔 이게 뭐지 하고 약간의 이질감이 들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곧 영화의 한 부분으로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RADWIMPS는 2000년대에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로 불리는 락밴드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곡들을 밴드의 멤버들이 모두 작사, 작곡하며 영화의 퀄리티를 한 층 두텁게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영화에 수록된 RADWIMPS의 곡들은 노래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특히 메인보컬인 노다 요지로의 목소리가 영화의 분위기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요.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제3의 성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니 그 인기가 실감이 되시나요? 요즘 영화 라라랜드의 OST가 우리나라 음원차트에 올라올 정도로 한국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너의 이름은. 의 OST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곧 차트 역주행을 하며 순위권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keyword #3 <불꽃>



영화에서 두 사람이 공유하는 기억은 한쪽이 소멸함으로 자꾸 사라지게 되는데요. 황혼 속 기적 같은 만남 후,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달리는 미츠하는 힘껏 달리면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국가에서 큰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건은 곧 산불처럼 퍼져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사건은 화려한 불꽃처럼 반짝거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고 잠깐이나마 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올려 쳐다보게 하지요. 하지만 불꽃의 불씨가 사그라들면 곧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던 길을 갑니다. 불꽃은 언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냐는 듯, 바람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지게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 불꽃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불꽃이 우리에게 남긴 그 순간의 충격을요.  






소소한 영화관에 올려지는 영화들은 모두 작가가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며 모든 글은 작가의 극히 주관적인 소견임을 말씀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찌 되었든, 당신만의 방법으로 계속 살아가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