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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Sep 04. 2016

원화가 주는 감동

보통사람의 미술 바라보기 2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는 성공적인 사냥을 위한 주술 행위였다. 이미지는 인간의 생과 사에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처음의 미술이 주술적 기능으로써 생과 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면 미술이 '감상'으로 넘어오는 건 시점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 레지스 드브레의 말을 응용해서, 도구적 인간에서 생각하는 인간으로 발전하면서 감상의 미술로 자연스레 발전됐을 것이다.


 미술 감상은 지식을 앞서는 체험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좋은 전시를 찾아다니며 원화를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복제품과 원화의 감동을 느껴본다면 전시가 열릴 때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원화가 주는 감동의 깊이와 밀도는 크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고흐의 그림은 늘 도록으로만 살펴보다가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반고흐展’을 통해 고흐의 원화를 눈앞에서 보았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쉽게 지나칠 수 없어서 그림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러서도 그림의 감동을 모두 받아내기엔 부족했다. 고흐가 직접 그린 그림은 내가 도록에서 보았던 프린트된 그림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원화는 고흐의 눈에서 시작하여 그의 사유를 통해 나온 시각과 철학적 분석으로 손에 붓을 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손을 통해 붓이 움직였고, 붓은 캔버스 위에 고흐의 사유를 그만의 화풍으로 그려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팔리지 않아 고흐의 방 한 켠에 쌓여 고흐의 우울한 생활과 고민 중에 함께했을 것이다. 그 작품이 시대를 거치며 받아들인 시간의 흐름과 거쳐온 수용자들의 감상과 덧입혀져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미술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점에서 말로는 표현 못할 뜨거운 감동을 직접 원화 앞에서 느껴봐야 할 일이다. 원화는 작품이 품어온 시간의 위대함까지 뿜어낸다.


 전시를 많이 보는 것보다 좋은 전시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그림을 보면서 선택의 시행착오를 통해 감각을 키우며 취향의 문제에 예민해질 수 있다. 그때, 당신의 감각이 선택한 꼭 봐야만 하는 원화 앞에 서게 될 것이고 원화가 주는 감동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나에겐 그 원화가 일본의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 본사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다. 올 겨울에 해바라기를 바라보던 고흐의 시간을 접하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작가를 통해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감성의 심층을 느낀다. 똑똑하고 새로운 것에 거부 반응이 없는 수용자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미술은 수용자에 의해 또 다른 생명과 활력을 갖게 된다. 그림이 좋아서, 전시를 찾아 가는 당신의 역할이 크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경직된다. 우리의 감각이 경직되어 무감각해지기 전에, 원화의 감동을 느끼면 좋겠다.





원화의 감동과 관련한 책으로,

제임스 엘킨스가 쓴 '그림과 눈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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