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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Oct 24. 2023

내 말이 다 옳지 않다

회사 11년 차,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생각들


2013년에 입사를 했으니 어느덧 입사한 지 11년이 지났다.


맡은 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늘 새롭고 풀어가는 방식이 제각각이지만, 일의 패턴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무렵 주어진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더 빠르게, 더 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이 생겨났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모르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다 보니 생기는 요령들 때문에 내 생각만 강요하는 일이 종종 발생된다. 매번 회의를 같이 하여, 같은 길로 가기로 합의된 상황인데도 계속 다른 길로 나를 우리 모두를 인도하려는 멤버가 있다. 이제는 함께 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몇 번은 들어주다가 일정이 급해지기 시작하면 나는 화를 내기 시작하고, 나의 생각을 주입해 버리고, 그냥 그렇게 내가 요구한 방향대로만 일이 진행되곤 한다.


 내가 신입 때 한 선임과 맡게 된 디자인 프로젝트가 있었다. 열정적인 신입 디자이너라 맡게 된 일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들을 퇴근 후에도 되뇌던 그런 시절이었다. 해당 프로젝트 때문에 늦게 일이 끝났고, 늦은 시간에 퇴근을 선임과 함께 하게 되었다. 회사 밖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이때다 싶어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두서없었지만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느끼기에) 건성건성 듣던 그는


“너는 아직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를 못 했구나?”라며 내 가슴에 대 못을 박아버렸다.

‘내가 어디 일을 대충 하는 사람이었던가?‘라는 자책감과 함께, 나는 그 이후 아이디어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할 수없었고, 이후에는 선임이 하자는 대로만 공감하는 척하며 프로젝트는 어떻게 잘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서 문득 그때를 돌이켜 보니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 나는 왜 내 생각만 강요하고 있었을까, 나도 배짱도 참 좋다. 내 생각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니?


사람들이 말수가 적은 이유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묵함은 ‘성격’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다
- 마이클 니콜스Michael P.Nichols <대화의 심리학>


우리는 종종 자신들이 듣고 싶은 대로만 듣고,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어른들을 만난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 분명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끝까지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은 나이가 들면서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서) ‘공감’ 능력이 많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우리는‘꼰대’가 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고’ 그리고 그 말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 이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 공감‘까지 하는 그런 선순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조금 더 생각이 말랑말랑해지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라고 다짐해 보지만 나는 오늘 또 한 귀로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하는 회사생활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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