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운, 좋은 인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이런 착각에 빠져 있었다.
자연이 어떻게 성숙의 단계를 밟는지만 봐도 명백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길가의 풀만 놓고 봐도 그렇다.
예측 불허의 온습도 변화와 함께 자칫하면 넘어질 법한 바람에 쉼 없이 노출된다.
따사로운 햇볕과 때마다 촉촉한 이슬비를 미스트처럼 적당히 뿌려주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그로 인해 생명력은 꺾이고 만다.
하물며 인간은...
제아무리 잘난 사회적 동물이라고 해도 생물계에 속한 이상 우리도 미물이며 자연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본능.
나랑 갈등 요소 없이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포진해 있다면,
어딜 가나 내가 환영받고 사람들과 트러블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마음껏 탕진하는 생활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면
일견 좋아 보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뿌리째 썩어가는 길이 된다.
면역을 상실한다는 건 그토록 무서운 일이다.
그러니 지금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미움과 증오에 사로잡히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