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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움직이는 마음

함께 움직이는 마음 ― 제주 공익활동의 연대와 공감에 대하여

by 김나솔

제주에는 다양한 공익활동가들이 있다.

쓰레기를 줍는 이들,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들, 청년의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복원하는 사람들.

분야는 다르지만, 그들의 마음은 하나다.

“이 섬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 단순한 바람이, 제주 공익활동의 가장 깊은 뿌리다.


하지만 공익활동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지속될 수 없다.

좋은 뜻만으로는 길이 멀다.

공익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제도의 벽과 재정의 한계, 그리고 때때로 주변의 무관심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금도, 명예도 아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을 맞잡는 힘”이다.

바로 연대와 공감대다.


연대란 ‘함께 버티는 힘’이다.

내가 지치더라도, 옆 사람이 여전히 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한 사람이 만든 성과가 다른 사람의 씨앗이 되고, 실패의 경험이 또 다른 이의 교훈이 되는 과정.

이것이 연대의 힘이다.

특히 섬이라는 공간에서, 자원이 한정된 제주에서는 이런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

누구도 혼자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듯, 공익활동도 혼자서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그리고 공감대는 ‘서로의 고통과 기쁨을 나의 일처럼 느끼는 힘’이다.

환경활동가가 농촌의 문제를 이해하고, 예술가가 복지의 현실에 공감하며, 청년이 노년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때,

공익활동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 순간부터, 섬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호흡하기 시작한다.

제주의 공익활동은 바로 그 공감의 토양 위에서 피어난다.


이 연대의 고리 속에는 노동조합 역시 자리한다.

노조는 단순히 임금과 근로조건을 지키는 조직이 아니다.

일터에서의 존엄, 삶의 균형,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시민 집단이다.

노동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곧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며, 그것은 공익의 또 다른 얼굴이다.

따라서 노조와 공익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결국 같은 방향 — 공동체의 정의와 지속가능한 사회 — 를 향해 걷고 있다.

이 둘이 만나고 협력할 때, 사회적 변화의 힘은 배가된다.



공익활동의 다음 걸음 — 공감과 교류의 장을 위하여


이제 제주 공익활동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공감과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공익활동가, 사회적경제 주체, 마을리더, 그리고 노동조합이 함께 모여

각자의 현장을 이야기하고, 사회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자리가 절실하다.


그것은 거창한 회의나 일회성 포럼이 아닐 수도 있다.

작은 대화모임, 현장 워크숍, 공동 캠페인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만남의 지속성’과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경험’**이다.

이런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임을 확인하게 된다.


제주는 섬이지만, 외딴섬일 필요는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각자의 싸움을 존중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

이 섬은 더 단단하고 유연한 공익의 섬이 될 것이다.

공익활동가와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연대의 장 —

그곳이 바로 제주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다음 걸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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