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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움직이는 마음2

― 제주 공익활동의 연대와 공감에 대하여

by 김나솔

바람이 분다.

누군가는 그 바람을 맞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고,

누군가는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적는다.

누군가는 무너진 연안숲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청년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 밤새도록 제안을 쓴다.


이 섬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하루를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남겨두는 사람들.

그들을 우리는 ‘공익활동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길은 결코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의지는 단단해도, 제도는 느리고,

진심은 깊어도, 세상은 종종 무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라는 단어를 배운다.

혼자서는 무너질 마음이, 누군가의 응원 한마디로 다시 일어난다.

연대는 그렇게 시작된다.


연대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누군가의 실패를 들으면서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는 일,

그 짧은 문장에서 피어나는 온기다.

지식이 돌고, 마음이 돌고, 결국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지탱한다.

섬에서 바람이 끊이지 않듯,

연대는 우리 사회의 숨결을 이어주는 바람 같은 것이다.


노동조합도 그 바람 속에 있다.

일터에서 존엄을 지키고, 부당함에 맞서며,

함께의 이름으로 싸우는 사람들.

그들의 싸움은 단지 노동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이 존중받는 사회, 서로가 인간으로서 대접받는 세상을 향한

더 큰 연대의 일부다.

공익활동가와 노동자는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땅을 밟고 있다.

정의와 존엄이라는 이름의,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만남이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언어를 배우고, 실패의 경험을 놓고 웃을 수 있는 자리.

공감과 교류의 장, 그 단단한 흙 위에서만 새로운 협력이 자란다.

한 번의 포럼보다, 한 번의 식사보다,

꾸준히 이어지는 대화가 중요하다.

그래야 이 섬의 연대가 뿌리내린다.


제주는 섬이다.

그러나 외딴섬일 필요는 없다.

이 섬을 지키는 손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이 서로의 바람을 느낄 때,

비로소 이곳은 공익의 섬, 연대의 섬이 된다.


공익활동은 누군가의 직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마음으로

이 섬의 내일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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