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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or Jul 19. 2022

야, 하지 마 드라마 작가!

2014년,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은 작업실이라 졸업장 확인이 불가능해서 틀릴 수도 있겠지만 아마 맞을 거다.


대학 졸업 후 정신 못 차리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살다가 웹진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 해보고, 작은 광고 대행사에 들어가서 광고성 뉴스 기사와 블로그 원고-원고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를 썼었다.


그러다 뜬금없게 '관세사'라는 국가고시를 준비했었다. 2년 가까이했는데 1차 시험 2번 합격 후, 2차라는 큰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목숨 걸고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은 시험이었다.


그 시기에 결혼까지 생각했던, 양가 허락을 받고 동거하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그의 수입에 기생하며 공부했던 나였기에 이별과 동시에 수험 생활은 끝났고 취업을 했다. 나의 첫 취업은 드라마 연출부였고 그 연출부 경험이 드라마 마케팅 PD로, 그리고 지금의 드라마 보조작가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내가 쓴 산문, 시 등을 칭찬했던 선생님들 덕분에 '아,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 봐!' 했던 게 원인이 아닐까 한다. 사는 내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슴속에 숨겨두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 하는 1인 가장의 현실에 수긍하며 살아왔다. 인생을 걸고 지망생의 삶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 버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 싶었으니까.


사실 내가 꿈을 외면했던 진짜 이유는 '나까 짓 게 무슨 작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과연 내가 '작가'가 될만한 재능이 있는 사람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냥 끄적거리는 수준이지 무슨 '작가'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도전하면? 내가 되겠어? 이 따위 필력으로, 이 따위 수준, 이 따위 경력으로 무슨 글을 써, 내가. 스스로 실패할 것이 자명한 인간이라 여겼고, 도전한다 해도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루지 못하면 나란 인간은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꿈을 외면하고 산지 딱 20년이 된 올해.

누구 눈치 보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는 엄마의 유언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이상하고 신기하게 지금이 아니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올해 난 꼭 해야만 했고 하기로 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현타의 순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는 위안이 되지 않는 날은 꽤나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진심으로 힘들어서 눈물 나지만 동시에 진심으로 행복하다.


어젯밤, 작가님이  수정하고 보내주신 대본을 집중해서 읽고 있는 나에게  마디 하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드라마 작가 하지 마."

"작가님, 아시잖아요. 저 너무 행복한 거."


난 앞으로도 쭉 같은 대답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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