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PC방 건물 앞 / D(이른 새벽)
5층 규모의 당구장, PC방, 만화카페 입점한 신축 건물 앞.
떡진 머리에 후줄근한 후드 차림의 해요(여/30대)
슬리퍼 찍찍 끌며 건물 입구로 걸어 간다.
맡은 편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사람들 몇몇 지나간다.
입구 앞에 서서 고개를 올려 건물을 바라보는 해요.
해요 이거 주인은 치킨 먹고 싶을 때 안 참겠지? 개부럽.
해요 뒤로 땅만 보며 지나가던 상태(남/50대),
해요의 등을 머리로 툭- 친다.
놀라고 당황한 해요 자신도 모르게 '아!!'
상태 (취한) 아이고~ 미안함다.
해요 (짜증) 아씨, 앞을 좀 똑바로 보고 다니세요~!
상태 (고개 들어 해요 보며) 네, 네. 죄송... 어?
해요 ...부장님?
CUT TO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 출근하는 사람들 몇몇 보이고,
그 사이로 두 사람, 건물 앞 벤치에 앉아 있다.
벤치 뒤로 지나가는 도로 청소 차량.
해요는 바나나 우유, 상태의 손엔 숙취해소 음료 있다.
두 사람, 시선은 정면을 보고 서로 짠하고 마시기 시작한다.
해요 회사가 망했다고요?
상태 응.
해요 무슨 10억짜리 프로젝트 맡았다고 나불대지 않았어요?
상태 ...대표가 도박을 했어.
해요 도박이요? 미친. (힐끗)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상태 (피식) 월급도 못 받았어, 6개월.
해요 6개월이면...저 퇴사하고부터 아니에요?
상태 그러니까 해요씨가 잘 나간 거지. 퇴직금 받아서 나갔잖아.
해요 ...(딱하고) 어쩌게요, 이제.
상태 (한숨) 나도 모르겄다...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해요, 상태를 안쓰럽게 보다 뭔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뒤적인다.
해요의 핸드폰 화면엔 훈훈한 외모의 20대 남자의 인스타그램 계정. 어제 게시물 '아빠찬스‘과 함께 명품 신발 사진 올라와 있는데 사진 한 구석, 머리 벗겨진 중년 남자의 뒷모습 보인다.
날카롭게 빛나는 해요의 눈빛.
해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시죠, 대표집으로.
상태 어..? 갑자기?
해요 뭐 그 인간도 갑자기 월급 안 줬잖아요.
상태 (난감) 아니, 그래도 지금은 좀.
해요 부장님. 저한테 그러셨죠? 해요씨는 너무 착해, 착해서 무를 때 안 무를 때 다 무르게 군다고.
상태 (피식) 그랬지.
해요 지금 부장님이 따악 그래요.
상태 그래도 이건 내 문제야.
해요 알아요, 제 문제 아닌 거. 근데 도와드리겠다고요.
상태 해요씨가 왜.
해요 ...부장님만 유일하게 오셨었잖아요, 저희 할머니 장례식.
상태 ...
해요 다들 일 때문에 멀어서 못 온다는 거 (울컥) 부장님만 오셨잖아요.
상태 에이, 그게 뭐라고...노동부랑 얘기 중이야. 기다리면,
해요 (O/L) 부장님, 내 사람한테만 착하세요. 모두에게 착하지 마시고.
상태, 놀란 표정으로 해요를 바라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그런 상태를 바라보던 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턴다.
해요 저 인센티브 주기 싫어서 회사 내규 바꾸던 대표놈 꼴보기 싫었는데 잘 됐어요.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