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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Jan 10. 2021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워킹맘 복직 준비 1

육아휴직 중, 복직을 몇 개월 앞두고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갔다. 복직 후 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신다고 하셔서 시댁 가까이로 집을 알아본 것이다. 우리가 구하는 집의 조건은 두 가지였다. 우리의 예산 안에 들어와야 했고, 내가 운전을 하지 못했던 시기이기에 유모차를 끌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여야 했다. 그렇게 시댁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빌라로 이사를 갔다.     



복직 준비 1. 어머니가 아이를 보기 편한 환경 만들기

복직 준비 중 대부분은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시는데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시댁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을 등록하였다. 같은 아파트에 어린이집이 있다면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바람이 많이 불 때도 우산 쓸 일 없이, 두꺼운 옷을 입힐 필요 없이 아이를 등원시키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복직 전 보호자와 함께 하는 어린이집의 일주일 적응 기간, 점심 먹기, 낮잠 연습까지 끝내 놓았다. 나와 남편은 새벽 6시 20분에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아이는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어린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후 할머니와 함께 하원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어머니가 도움을 주신다고 하니 돌쟁이 아기를 어린이 집에 맡기지 말고 두 돌쯤 보내는 것은 어떠냐는 주변의 조언들이 많았지만, 일은 내 의지대로 밀고 나갔다. 대신 조언에서는 나의 아이를 걱정해주는 그 마음만을 감사히 받았다. 나와 남편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부모’의 역할을 해 주시는 어머니에게도 그만의 자유시간과 하루 패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일상을 지키기 위하여 어머니의 일상을 크게 흔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6개월, 1년처럼 언제까지라고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복직 준비 2. 시부모님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이사와 어린이집 세팅을 완료하였으면 그다음으로 정해야 할 것은 시부모님께 얼마의 용돈을 드릴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내가 시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정할 때는 고려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부모님께 드리는 것은 ‘용돈’이 아닌 ‘투자에 대한 배당금’또는 ‘월급’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용돈’은 어떠한 노동을 제공하지 않고 값없이 받는 돈을 의미한다. 그런데 육아라는 것은 돌봄, 교육, 가사, 운전 등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의 지식과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고 이제야 인생 제2막이 열렸는데 다시 손주를 봐주시는 부모님들께 ‘용돈’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 부부가 하는 경제활동에 기반을 마련해주고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의미에서 ‘배당금’의 개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월급은 반드시 정해진 날짜에 계좌이체를 한다. 어렸을 적 내 기억 속에는 인테리어 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수금이 된 날마다 세종대왕 머리를 가지런히 맞추며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시부모님이 좋아하시겠지 하며 현금을 뽑아서 드렸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월급을 받고 좋아하시면서도 무언가 조금 불편해 보이시는 거다. 현금으로 드릴 경우 자식들이 어렵게 일해서 번 돈을 자신들이 가지고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셨던 것이다.  불편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노동과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기쁘게 받으실 수 있도록 계좌이체를 해 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이체는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를 신청해 놓아야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 주말이 있어서 또는 일이 너무 바빠서 월급이 삼일 정도 밀렸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셋째, 그 해의 최저임금이나 아이를 봐주는 ‘이모님’들과 비교해봤을 때 서운함이 없어야 한다. ‘딸아이 봐주는 내 친구’ 또는 ‘며느리 아이 봐주는 내 친구’와 비교해봤을 때 섭섭한 마음이 들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비교 대상자는 ‘요즘 아이 봐주는 이모님’들의 임금이다. ‘요즘 애들 봐주는 사람들은 00만 원 받는다더라~’라는 말과 비교하여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자식 부부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Adams가 1965년에 주장한 형평 이론에서도 나오는 것인데 나의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을 특정 대상과 비교하여 형평(equity)한 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받고 있는 불형평(underpayment)인지, 내가 남들보다 많이 받고 있는지(overpayment)인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니가 뉴스 속 나오는 저 이모님과 비슷한 정도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임금을 조금 덜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면 불형평 상태가 되어 섭섭함이나 불만족을 느낄 수 있다.


형평이론 (Adams, 1965)


넷째, 시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전체 예산을 잡은 후, 예비비용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이체하는 금액을 정한다. 예비비용에는 퇴근 후 부모님께 사가는 제철 과일이나 가족 식사를 할 때 내는 비용 등이 들어간다. 회사를 다닐 때 비싸고 좋은 음식점에 가서 회식을 하는 것이나 명절마다 받는 선물 세트가 내가 일한 것을 고려했을 때 마땅히 받아야 하는 복지라고 생각했는가? 아이를 돌보아주시는 부모님께도 이러한 복리후생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별도로 볼 경우에는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지출이 더 커서 가계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여 전체 예산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어머니께 아이를 맡겼을 당시 내 월급은 250만 원 정도였고, 나는 이 중 150만 원을 시부모님께 드리는 예산으로 잡았다. 정확히는 예비비를 30만 원으로 잡고, 120만 원을 현금으로 드렸다. 주변에 이모님을 쓰는 언니들이나 어머님 친구들을 통해 시세를 알아본 결과 시터 비용이 월 100만 원 수준이었다. 그 당시 최저임금이 6,030원, 일급이 48,240원이었으니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한 달을 잡았을 때 964,800원이었고 월 100만 원이라는 시세가 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20만 원을 더 드리나 50만 원을 더 드리나 내가 예비비로 사용할 비용은 동일하게 지출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친구들, 시터들과 비교해 봤을 때 섭섭하지 않게 120만 원을 현금으로 드리고 가족 식사비용이나 어머니가 살까 말까 고민하는 물건들을 사 드리는 예비비용으로 30만 원을 합산하여 150만 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아마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내가 생각한 예산이 150만 원이라는 것을 모르고 계실 것이다.     



손주를 볼 때 행복함과 삶에 주는 활력이 있지만 그것은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 입장에서 할 말이지 아이를 맡기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손주를 볼 때 느끼는 뿌듯함은 자식들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 극대화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온전하게 전해지려면 용돈이 아닌 ‘투자에 대한 배당금’의 개념이 되어야 하고, 주변 친구들 또는 뉴스 속 이모님 임금과 비교했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아야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배경화면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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