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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Jan 20. 2021

워킹맘에게 적합한 어린이집은 따로 있다.

#워킹맘 복직 준비 2

복직을 앞두고 반드시 할 일 중 하나가 좋은 어린이집을 고르는 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민간 가정어린이집부터 5-7세 어린이집, 단설유치원, 직장 어린이집까지 4가지 유형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경험하였다. 일반적으로 좋은 어린이집은 공통된 특징들을 공유하겠지만, 워킹맘의 경우 일반적으로 좋은 어린이집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예. 이 나이 때는 엄마랑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죠. 종일반 하는 애들은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정서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라며 부모-자녀 교감을 중요시하는 원장님), 육아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운영시간이 아닌 실제 운영시간, 법적 긴급돌봄이 아닌 실제 긴급돌봄 현황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흔히 우리가 어린이집/유치원을 선택할 때 근속연수를 확인하고, 원의 주요 활동을 가장 우선순위로 체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어린이집의 주요 활동, 근속연수가 제일 중요하다고요?


원의 교육 가치관은 홈페이지에 표현된 교육 이념이나 원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들이 이러한 교육이념과 활동들을 보고 원을 선택하고는 한다. 나 또한 첫째가 5살이 되어 A원과 B원 중 선택해야 했을 때 그 기준이 교육이념과 활동이었다. A원은 5살 때부터 한글 쓰기나 숫자 읽기를 시작했다. 옥상에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놨지만 옥상에서 뛰어노는 시간보다 책상에서 하는 활동들이 주된 시간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별다른 사교육 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한글, 수학 교육이 진행되고 무엇보다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이 잘 길러진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었다. 반면, B원은 매일 몬테소리 도구를 활용한 자율 활동을 하고 매주 숲 활동을 하기로 유명했다. 나는 5-7세에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교육보다는 건강한 신체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B원을 선택했다. 그랬다, 되돌아보면 교육이념과 활동만을 보고 원을 선택했던 것이다.


6세 늦은 여름 즈음,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셨다. 흔히 말하는 ‘잠수 타기’ 형의 퇴사였다. 어떠한 인수인계 없이 퇴근 후 출근하지 않으셨고 그 후로 연락이 되지 않으셨단다. 신규 선생님이 구해질 때까지 18명의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의 부재 속에서 지냈다.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였다. 학부모 참관 수업 날 긴장을 한 자세로 수업을 이끌어 내시던 20대 초반의 앳된 선생님 모습이 떠올랐다. 잘하고 싶어 했고, 잘하려고 노력했던 그 선생님이 오죽 힘들었으면 이렇게나 무책임하게 그만뒀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나 무책임하게 그만둔 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책임해도 너무 무책임한 것이 이상했다. 더군다나 그 지난해에도 다른 반 선생님 2명이 중도에 갑작스럽게 퇴사하신 것을 보면, 무책임한 퇴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조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원감님과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확신으로 바뀌었다. 원감님은 남은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 퇴사한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 실망감과 무책임함을 표현했고, 퇴사하신 선생님의 부모님까지 거론하시며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원감님이 관리하는 18명의 선생님과 직원들이 180명의 어린이를 관리하고 있는데,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을 이러한 태도로 대한다면, 그보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퇴사한 담임 선생님의 부모님까지 흉을 보시자 더 이상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아이들은 이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전혀 걱정이 되지 않으나, 선생님이 자주 교체되는 이 상황을 개인의 탓으로만 해석하시는 리더와 조직문화가 걱정이 된다.’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선생님)을 대하는 리더(원장님)의 태도를 파악하세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대처한 원장님도 계셨다. 학부모 상담도 아닌 그 날 둘째 어린이 집에서 전화가 와서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어린이 집에서 전화가 온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면 아주 급한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곳으로 나가 전화를 받아보니 담임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그만두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보조 선생님이 함께 계셨고 단체 활동들을 통하여 다른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아이들 케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내년 2월까지 계약기간이었는데 조금 빨리 떠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평소 영입해두고 싶었던 선생님이 계시는데 이번 기회에 모시고 오고자 한다고 말이다.       



 

흔히 원을 선택할 때 선생님들 근속연수를 확인하라고 한다. 하지만 국공립이 아닌 일반 어린이집에서 장기 근속자들이 많은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평판이 좋고, 눈여겨본 원들이라 근속연수를 확인해보면 죄다 1년, 2년, 길어야 3년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근속연수가 짧은 것 자체는 해당 어린이집/유치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어린이집/유치원이 가지고 있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시장’의 특징이자 그 업무를 견뎌내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력단절 여성들,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어린이집의 선생님은 나처럼 돌봐야 할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나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고, 유치원은 경력을 쌓기 위하여 조건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강요받는 20대 초중반의 유아교육과 졸업생들이 많이 있다. 즉,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의 시장 자체가 가진 복잡한 노동과 수요와 공급 문제 때문에 어느 원이나 선생님들의 급작스런 퇴사와 신규 영입 문제를 당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근속연수만을 확인하기보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갑작스러운 퇴사’가 벌어졌을 때 리더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조직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반드시 좋은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조직의 사업 영역이 특정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의 제공이 아니라, 어린 생명을 보육하고 교육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리더의 본보기가 중요하다.



워킹맘 복직 준비 #1.


Photo by Jupiterimages—Comstock/Think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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