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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Feb 03. 2021

워킹맘의 아이, 불쌍하신가요?

#워킹맘, 어린이집 고르는 방법 2

워킹맘이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교육이념이나 근속연수만 보기보다는 리더(원장)가 직원(선생)을 대하는 태도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 고려할 점은 ‘원의 리더(원장님/원감님 등)가 워킹맘과 워킹맘의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가’이다.      



엄마라면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아이와 관련된 갖가지 충고를 들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쪽쪽이는 하면 안 돼~ 완전 치아가 삐뚤어져~.’ ‘애기 감기 걸린다, 양말 좀 신겨 오지~.’ ‘둘째는 언제 가지려고? 터울이 길면 안 돼~.’처럼 아이 걱정에서 시작해서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아이를 키우는 거야. 괜히 돈 번다고 애 남한테 맡기고 그거 못 할 짓이야~.’처럼 엄마를 향한 조언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이러한 조언 속에는 나쁜 의도가 절대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지혜를 공유하고 싶고 본인이 살아보니, 지나고 나니, 그때서야 보이는 소중한 것들을 당신들처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엄마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가 있다. 충분히 기분 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만을 받고 흘려버리면 된다. 그게 내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그런데 이게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가 자극하지 않아도 일 처리도, 육아도 그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내 열정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죄책감이 드는 것이 워킹맘인데, 거기에 정기적으로 기름을 붓는 자극이 주어진다면 그만큼 힘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 두 명 모두 돌 전부터 어린이 집에 보내며 현재까지 민간 가정 어린이집, 5-7세 전용 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단설유치원을 경험하였다. 이사를 다니면서 상담을 받은 곳까지 합하면 꽤나 다양한 곳의 선생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는데, 워킹맘과 그 아이에 대한 유형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나누어 봤다.  


        

유형 1. 워킹맘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워킹맘은 나의 후배> 파

민간 가정 어린이집의 법적 운영 시간은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수요의 문제, 어린이집 운영비의 문제, 인건비 등으로 인하여 실제 저 시간대로 운영을 하는 민간 가정 어린이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9시 이전에 등원이 가능한 곳도 드물고, 오후 4시 반이면 이미 원에 불이 꺼진다. 우리 아이만을 위하여 선생님을 고용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민간 가정 어린이집을 보내면 할머니나 시터 분들이 4시 반 경 아이를 하원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가끔 워킹맘에 대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원장님들이 계신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며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워킹맘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둘째가 10개월 무렵 등록했던 단지 내 영유아 전문 어린이집도 이런 원 중 하나였다. 민간 가정 어린이집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열고, 저녁 7시 30분에 문을 닫았다. 아이가 없어도 제시간에 문을 열고 제시간에 문을 닫으니 아이가 일찍 오거나 늦게 가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이런 원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축복이었다. 직장 어린이집이 없거나, 거주지 근처의 어린이 집을 다닐 수 없는 워킹맘들은 차를 타고 20분 이상 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한 때는 이런 소식이 맘 카페를 통해 전해지면서 워킹맘들의 입소 희망 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한 편 스스로를 워킹맘을 인생 후배로, 본인을 워킹맘들의 멘토로 포지셔닝을 하시며 아이뿐만 아니라 워킹맘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시는 원장님들도 계신다. 첫째도 나의 복직으로 인하여 9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원의 운영시간 조정은 어렵더라도 체육 대회를 토요일로 잡는 등 맞벌이 부부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주셨다. 한 번은 정기 상담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전화로 희망을 하였고, 그날도 야근인지라 회사의 빈 회의실에서 원장님과 통화를 하였다. 일도 육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마음이 많이 흔들렸고, 그냥 모든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상담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원장님, 저 일 그냥 그만두고 아이에 집중할까요?’라고 하며 울어버렸다. 그러자 원장님께서 대답하셨다.      


어머니, 00 이는 어머니 사랑도 받고, 할머니 사랑도 받고, 원에서도 가장 사랑 많이 받으면서 잘 자라고 있어요.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고 싶으시면 그만 두실 수 있는데, 만약 그게 아이 때문이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셔야 해요.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시면 엄마도 아이도 힘들 수 있어요. 아이 때문이 아니고, 그냥 본인이 일을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건 괜찮아요.    

첫 아이이고, 첫 복직이고 모든 것을 처음 겪는 상황에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나에게 원장님의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원에 우리 아이를 4년 동안 맡길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유형 2. 워킹맘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시스템 구축> 파

워킹맘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원에 아이를 맡기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워킹맘에 대한 사명을 꼭 가질 필요는 없다. 아이를 잘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엄마를 살피는 것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워킹맘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시스템 구축> 파는 기본적으로 법적인 요소들을 준수한다. 운영시간은 물론, 급식이나 활동, 인력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법적 조건을 준수한다. 대표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이나 국공립(병설/단설) 어린이집 및 유치원이 있다.

일반적으로 국공립 유치원은 초등학생과 동일하게 방학이 연간 3개월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워킹맘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은 원장 개인의 교육 가치관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법적 조건을 준수해야 하며, 법적 준수를 위한 시스템이 갖추어진 조직이다. 워킹맘을 위한 사명감으로 방과 후 돌봄이나, 방학 중 긴급 돌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이 해야 할 일들을 시스템적으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의 눈치를 볼 일이 적을 수 있다. 나도 단설유치원에 1년 간 아이를 보내본 결과 그 어떤 유치원보다도 만족도가 높았다.     




유형 3. 워킹맘 등급을 나누는 <어떤 워킹맘인지 보자> 파

유형 1,2에 해당하는 원을 만났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지금부터 말하는 유형은 워킹맘이라면 최대한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전화 상담 때부터 다양한 질문을 통해 워킹맘과 그 아이를 바라보는 원(원장님/리더)의 시각을 파악해야 한다.

첫째가 다녔던 5-7세 원은 여름/겨울 방학이 각 한 달 정도 되고, 맞벌이 부부를 위하여 긴급 돌봄 제도를 운영하였다. 돌봄 신청서가 와서 작성을 해서 보내니, 그 날 바로 원감님이 전화가 오셨다. 원감님은      

‘어머니~ 저희 학부모님 중 의사 어머니도 계시는데 돌봄 신청 안 하시거든요. 돌봄 꼭 신청하셔야 하는 거세요?’라고 하셨다.      

원감님 마음속에는 워킹맘의 계층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도 전문직이어서 시간적 유동성이 있으면 안 보냈어요, 선생님.’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우리 아이가 나온다면 우리 아이만을 위하여 선생님 일급을 주고 긴급 돌봄을 운영하겠다고 하셔서 양가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사실 워킹맘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풀타임 정규직 근로자일 수도 있고, 자영업자일 수도 있고, 프리랜서일 수도 있고, 공부를 하는 학생일 수도 있다. 엄마가 어떤 직위를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 더 이상 말할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유형 4. 워킹맘의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는 <죄책감 가득 줄게> 파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보내고 싶지 않은 유형은 바로 이 유형이다. 워킹맘의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고, 부모에게 죄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은 종일반 상담을 하거나 하원 시간을 문의하면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나도 종일반 문의를 했을 때 ‘어머니, 지금은 티가 나지는 않아도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이때 엄마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그 결핍이 나중에 드러날 수 있거든요~.’라는 식의 답변을 듣기도 하였다. 종일반 문의를 했는데 갑자기 내 아이를 결핍이 있는 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원은 ‘엄마가 돌보냐 vs. 엄마가 돌보지 않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형2처럼 시스템이 갖추어져있어서 방과 후 과정이나, 방학 중 돌봄을 보내야 할 때 워킹맘이 원으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원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4세 미만 어린이가 가는 영유아 어린이집 같은 경우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잘 갖추어진 곳을 찾기는 어렵다. 그럴 경우에는 최소한 유형 4처럼 워킹맘의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는 <죄책감 가득 줄게> 스타일의 원만은 피해야 한다. 선생님, 엄마가 일하는 동안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아 줘도, 시터 이모님을 고용해도, 모든 엄마들은 아이들을 돌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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