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멈출 줄 아는 용기는 시작하는 용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취업과 경력개발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상담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을 하며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대일로 만나왔다. 하버드 로스쿨부터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외국계 등 학생들의 진로의 시작점은 정말 다양하다.
경력개발 컨설팅을 하다 보면 오랜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하다가 실패하여 갑작스럽게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를 꽤나 자주 만나게 된다. 공무원 시험, CPA(회계사), 외교관 후보자 시험, 로스쿨, 행정고시에서 수능까지 시험의 종류도 다양하고, 준비 기간도 짧게는 2년부터 길게는 5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여 나만 뒤처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시험에 불합격하면 실패자인가? 취업을 일 년 늦게 하면 뒤쳐진 것인가?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事實, fact)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의미한다. 시험에 불합격했다던가, 졸업을 유예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실패자가 되었다던가, 뒤쳐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반면 진실(眞實, truth)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다. 시험에 불합격하면 실패자인가? 취업을 일 년 늦게 하면 뒤쳐진 것인가? 아니다. 거짓이다. 거짓말이고 가짜 마음이다.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보려면 그 사람의 성과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력과 과정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패에 대한 나의 진실은 이렇다.
첫째, 본인의 관심사와 흥미를 빨리 파악하고 도전해 본 사람이다.
맡겨진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패를 해 본 사람은 조금 일찍 하고 싶은 일을 구체화시키고, 조금 일찍 실행해 본 사람인 것이다.
둘째, 목표를 위하여 긴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낸 사람이다.
혹자는 '과연 내가 정말 원해서 했던 일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주변의 권유나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불확실성과 두려움 속에서 오랜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셋째, 멈출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다.
멈출 줄 아는 용기는 시작하는 용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도전을 해 본 사람만이, 인내하고 견뎌낸 사람만이 멈추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세상에 멈추는 것만큼 어려운 선택이 또 있을까. 멈춰야 할 때를 알고 멈추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하고 성취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멈추는 용기를 냈을 때도 인생의 한 점은 찍힌다. 이제 이 점을 이어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내가 만들어 가면 되는 부분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 노력하고, 인내하고, 견디어냈던 당신, 정말로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