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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Feb 06. 2023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을 위한 멘탈 관리

  특별한 이유가 없이 당연히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있다. “어차피 의견을 내도 안 될 거야.”, “나는 연습할 때는 잘했는데, 꼭 실전에서는 긴장해서 못해.”, “나는 원래 이래.”와 같이 두렵고, 불가능할 것 같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동적 사고라 한다. 부정적 자동적 사고가 일어나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소극적인 행동이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예를 들어, 나는 못할 것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느껴진다. 당사자들은 어떠한 의심도 없이 이 생각들이 일리가 있고,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을 갖고 믿는다.      


서커스단의 아기 코끼리

  서커스단에서는 아기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다리 하나를 말뚝에 줄로 묶어 매어 놓는다. 처음에 아기 코끼리는 격하게 저항하며 줄을 끊고 달아나려 한다. 그때마다 조련사는 날카로운 꼬챙이로 아기 코끼리를 쿡쿡 찌른다. 아기 코끼리는 힘껏 저항해도 묶인 줄을 풀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더 이상 도망가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다. 포기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코끼리가 성장하면 십 오만 개 정도의 근육을 갖고, 뿌리가 깊게 박힌 나무를 뿌리 채 뽑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힘을 가지게 되어도 여전히 코끼리는 줄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몸집이 커진 코끼리는 여전히 말뚝을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로 느낀다. 심지어 말뚝을 제거해도 평생을 그 근처를 멤돌며 산다. 그리고 조련사들은 코끼리가 자신의 힘과 능력을 알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코끼리가 무기력한 어린 코끼리의 상태에 그대로 멈추어 있기를 바란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 장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문장완성검사(SCT)에는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이 있다. 나는 20대 중반 그리고 30대 중반에 문장완성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이 질문에 “바퀴벌레”라고 답변을 했다. 14살 이후에 본 적도 없는 바퀴벌레인데 말이다.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니 바퀴벌레가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검은색의 작은 곤충류들을 보면 매번 소리를 지르곤 한다. 이런 나를 보며 8살 아들은 “엄마, 엄마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벌레가 뭐가 그렇게 무서워요?”라며 나를 대신하여 벌레를 잡아주곤 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비가 오면 그대로 새고, 곰팡이가 가득했던 반 지하 빌라에 살았던 7살, 나는 바퀴벌레가 너무 무서웠다. 그날은 용기를 냈던 날이었다. 너무 심심해서 습기가 차고 어두운 세탁실과 창고의 중간 즈음되는 곳에 놓여 있던 롤러 브레이드를 꺼내러 갔던 것이다. 숨을 꾹 참고 간신히 롤러 브레이드를 꺼내서 발을 넣으려는 순간, 내 손 반쯤 되는 크기의 바퀴벌레가 튀어나왔다. 나는 너무 놀라 롤러 브레이드를 던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 기억 속 바퀴벌레와의 첫 만남이다. 그 뒤로도 바퀴벌레는 나를 따라다녔다. 이불을 덮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내 얼굴 위로 올라왔고,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내 발 옆을 지나갔다. 한 마리를 피해 도망가면, 다른 한 마리가 두 마리를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14살, 재건축된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 이후 더 이상 바퀴벌레를 만난 적이 없지만 30대의 나는 여전히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있다.     


지금의 말뚝을 뽑는 일을 포기하지 마세요

어린 코끼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말뚝은 성장한 코끼리의 종아리에도 닿지 못하는 작은 나무일뿐이다.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무섭게 느껴지던 바퀴벌레도 그저 징그러운 곤충일 뿐이다. ‘팔호광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그 시절 호랑이 같이 무서웠던 부모님도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더 어렸을 수도 있고, 일이 떼처럼 나를 괴롭히던 학교 폭력 가해자들도 겨우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이었을 거라고 설명한다.

호랑이 같아 보였던 고양이, 이리 떼 같았던 들쥐들,
이들은 당신이 코끼리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말뚝으로 묶어둘 수도,
몰려들어 겁박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그 시절 내가 작아서 크게 보였던 고양이와 들쥐 때문에
지금의 말뚝을 뽑는 일을 포기하지 마세요.
<정신의학과 팔호광장>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은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만들어진 자동적인 생각과 마음이 지금, 여기(Here and now)를 살아가는데 발목을 잡지 않도록 용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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