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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an Son Feb 15. 2016

나무 숫가락

버려진 나무로 만드는 숟가락 이야기-1


집 뒤에 산이 있어 가끔 산책을 나간다. 산길을 걷다보면 간벌을 했거나 가지치기를 해서 잘려나간 나무들 눈에 뜨인다. 때로는 무슨 바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꺽인채로 쓰러진 나무도 종종 볼 수 있다. 모두들 그 어떤 사연으로 버려졌을까? 버려진 나무들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간벌로 잘려 버려진 나무를 보았다. 그리고 개중 아직 썩지않은 걸로 보이는 한 가지를 주워왔다.

톱을 써서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난 뒤에 끌과 나무 망치로 반을 가른다. 속이 깨끗하고 상큼한 냄새가 난다. 속살에서 아직 약간에 물기가 느껴진다. 나무를 자르거나 반으로 가를 때는 꼭 서로 첫인사를 나누는 사람처럼 조금 어색하면서도 설렌다. 그 나무에 대한 첫인상이 만들어져서 그에 따라 나무를 쥔 손도 어떤 태도를 갖고 움직이게 된다. 자작나무로 보이는 이 녀석은 가볍고 어리고 부드럽다.

반으로 가른 나무에 연필로 만들려고하는 숟가락의 모양을 그린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모양을 더 낼 수도 있고 최대한 단순할 수도 있다. 밥을 푸기에 어울릴만한 크기여도 좋고 스프를 뜨기에 적당한 모양일 수도 있다. 티스푼이나 시리얼을 덜어서 담아내는 용도일 수도 있다. 필요한대로 생각나는대로 그린다.

연필선을 따라 끌을 써서 두껍게 깎아 낸다. 목질이 부드러워 잘 깎이는 편이지만 그래서 조심해야한다. 더 깎여버릴 수도 있고 손을 다칠 수도 있다.

그어 둔 연필선에 바깥에서부터 조금씩 안쪽을 향해 나뭇결에 따라 깎아낸다. 한꺼번에 깊이 깎지 않도록 한다. 목질이 부드러울 수록 큰 힘이 들어가면 잘 깨져버릴 수가 있다. 나무의 결이 어느쪽으로 나있는지를 보면서 천천히 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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