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로 만드는 숟가락 이야기-5
자작나무의 안쪽
다시 손에 칼을 들었을 때
공포를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칼이 스치던 그 깊은 길의 고통
손 위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많은 피
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간을 두고
두번째로 보는 혹은 세번째 본
늘 처음 겪는 사연과 처음 부르는 노래
모호하게 얽힌다
이십년 전에 모호했던 칼의 흐름이
자작나무의 안쪽에서
하루에 열 걸음씩 길을 내고 있다
결을 따르고 거슬러 오르며 찾아가는 길
나무는 칼의 흐름을 인도하고 칼은 자신의 길을 흐른다
그리고 그 둘은
무엇이 무엇에 먼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