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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Feb 28. 2022

살고 싶은 도시 1위, 빈이라는 곳

1달 간의 유럽 부부 여행 - 16. 오스트리아 빈 - 1

두브로브닉에 있는 동안은 파란 하늘을 보여 주더니, 떠날 때가 되니 검은 구름에 비가 올랑말랑 한다.


크로아티아의 공항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비행기. 우리는 이 비행기를 타고 간다.
이륙 직후 내려다 보이는 두브로브닉의 전경. 오렌지색 지붕이 빼곡한 곳이 구시가지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녁 즈음에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공항과 시내가 그리 멀지 않아서 전철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기로 했다.


빈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다.


빈의 첫인상은 깔끔함과 간결함으로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봐 왔던 다른 나라의 전철역 중에 우리나라보다 좋다고 생각한 곳이 없었는데, 빈의 전철역은 달랐다.


빈 공항의 환승 구역. 인천공항도 못지않지만, 여기선 뭔지 모를 정갈함이 있는 것 같았다.


깨끗함이야 우리나라 전철역도 더할 나위가 없으니 비교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간결함과 실용적인 부분에 있어서 빈의 전철역은 충격에 가까웠다.


역사 내에는 승차권을 체크하는 게이트조차도 없고, 단지 입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생긴 금속으로 만든 기둥만이 있었다. (승객 수를 집계하는 용도일까?)


그런데, 그런 놀라움이 무안하게도 전철 안에는 웬 아저씨가 예수 믿으세요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니, 한편으론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철역을 나오니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고, 아직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간결함의 느낌은 비 내린 거리의 풍경에서도 이어졌다.


콕찝어 설명할 수는 없겠는데, 다른 도시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엔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빗물이 고인 보도를 걸으면서도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평온할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호텔에 이르러서야 그것이 단순히 여행의 들뜬 기분 때문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전철역에서 호텔까지 오는 동안 캐리어를 들어서 옮길 일이 없이 돌돌돌 끌고만 다녀도 됐었고, 비가 계속 오고 있었지만 물이 고인 바닥이나 깨진 곳을 신경 쓰며 다닐 필요도 없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은연중에 편하게 느껴질 것이고, 이런 작은 편의와 효율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있을 테니 살고 싶은 도시 순위에 이곳 빈이 늘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잠시 머물기로 한 호텔은 중간 정도의 가격대에, 그리 크지 않지만 은근히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늑해 보이는 곳이다.


호텔의 맨 위층으로 올라와 소박해 보이는 복도를 지나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리를 뻗고 편히 쉴 수만 있으면 충분하겠지라던 생각은 이내 놀라움으로 변해 버렸다.


그냥 보면 소박해 보이지만, TV가 뱅앤올룹슨. 저 단순한 디자인의 조명들도 고급 브랜드였다.


"으잉? 도대체 어떤 방을 예약한 거야?" Sophy에게 물었다.


"몰라, 그냥 스탠더드룸으로 예약했을 걸?"이라고 Sophy가 대답했지만, 스탠더드룸 치고는 방 크기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은근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걷어 두지 않은 커튼 틈 사이를 보니 테라스까지 딸려 있다. 뭐야, 테라스가 우리 집 테라스 두 배는 돼 보이잖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어 방 구석 구석을 다 살펴봤다. 방에 깔리는 배경음악은 책상 위의 아이맥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TV를 켜 볼까 싶어 들었던 리모컨이 지나치게 무거워 봤더니 뱅앤올룹슨이잖아? 뭔 호텔방 TV가 뱅앤올룹슨이람? 간결해 보이는 스탠드 조명도 범상치 않아 보이고, 욕실의 어메니티도 향이 고급지다. 어디 거야? 하고 봤더니 몰튼브라운.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라고 생각했더니 몇 년 후에야 우리나라에 명품 프리미엄을 붙이고 들어오더라. 브랜드를 알 수는 없지만 샤워기를 감싼 은은한 옥빛도 분명 평범한 제품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호텔방에 웬 아이맥이람? 맥을 써 본 적이 없어서 음악 선택만 겨우 했네. 저 심플한 스탠드 역시 고급 브랜드더라...
욕실 제품들도 알고 보면 고급품으로 가득 차 있다.
거울이랑 컵 같은 것들도 뭐 하나 대충 갖다 놓은 것이 없다. 고급 호텔인 것도 아닌데...
저녁 먹으려고 나와 내려다본 계단. 멋있다. (물론 엘리베이터도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요란스럽게 티내지 않아도 고급스럽고 깔끔한 것이 빈에 도착하고서 줄곧 느끼는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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