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복싱
권투에 아웃복싱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도망 다니는 것 같지만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며 기회를 포착해서 일격을 날리는 복싱 기술입니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아웃복싱은 효과적입니다. 지금까지 너무 인파이터로 살아온 거 같습니다. 가진 건 몸뚱이라고 그거 하나만 믿고 달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인파이터의 화끈한 경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아웃복싱을 시작할 때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조금 지치기도 했습니다. 동네 책방 8년 차, 이제 아웃복싱의 전술이 필요합니다. 나의 목표는 언제나 책방을 오래오래 하는 것입니다. 15라운드까지 일어서 있고 싶습니다. 아직 견뎌야 할 게 너무 많지만 견디는 거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도망치듯 견디겠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애드리안을 부르는 록키 발보아처럼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그들에게 멋진 책도 선물하겠습니다. 타고난 아웃복서로 이름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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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