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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Jan 06. 2020

퇴사를 앞둔 연인에게: 일의 의미

의미있는 일을 찾아가려면 그 과정도 행복해야 한다

잘했어! 퇴사 결심!

퇴사를 결심한 것 축하해! 정말 정말 올해 잘한 결정이야. 언제간 그만둘 회사, 조금 더 일찍 나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 듯해. 어느 조직을 떠난 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계기이기도 해. 


솔직한 말로 플랜이 있어야만 퇴사를 하나 싶어. 경력단절이 두렵기도 하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걸로 끝일 거야. 알다시피 엄청 답답한 듯해도, 세상 살다보면 별 것 없는 거 같아. 그래, 너도 잘 알아니까 괜찮을 거다 싶어. 오히려 플랜 없이 시작한 퇴사가 너한테 있어서 더 큰 기회일지 몰라.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생긴 시간 동안 원하는 일상을 보내고 말이야. 회사에서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하는 시간을 이제 보내면 되는 거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그런 삶을 꾸려나면 되는 것이야. 


 "못버티고 나가는 것 같을 까봐" 너는 걱정했었어. 참을성 없어 보일까봐, 인내심 없어 보일까봐.. 설마 그럴까. 나는 그래서 이영록 작가의 <사표의 이유>라는 책을 문득 건냈어. 건낸 이유는 사표의 이유는 각기 달라도, 그 종결은 같다는 뜻에서 그렇게 준 것이었어. <사표의 이유>에서 조금 더 위로받아 내길 바랐어. 그래, 모두가 각기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일터를 나오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야.  사람 때문이었니?, 아니면 일 자체였니? 아니면 내게는 말 못하는 것들이 산적했던 거니. 묻는 나 조차도 조심스러워서 한참을 돌고 돌아 너한테 물었어. 묻는 족족 말하는 것은 괴로운 법이니까. 


나는 너에게 사표의 이유를 선물했지.

나는 노동을 공부하는 사회학도로서, 네가 일의 의미를 더 많이 물었으면 해. 우리 또래는 단순히 돈이 적어서, 단순히 힘이 들어서 사표를 쓰지 않는 다는 것이 중론이야. <사표의 이유>를 비롯해서 퇴사를 설명한 <나는 내일 퇴사를 결심한다> 등의 책뿐 아니라, 많은 연구들에서도 실증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낮기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고 설명하고 있어. 일부는 공무원 준비생들을 마치 이 나라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벌레'처럼 여기고 있지만, 오죽했으면 그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까 싶어. 불안한 고용시장과 갑질과 인간성 상실이 당연시 된 조직문화에서 특별한 기술 없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나이제한까지 뚜렷한 한국에서 당연히 공무원을 몰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한국 교육이 제대로 일자리를 잡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한국의 조직문화와 일자리들이 한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아. 그 순간 일의 의미를 잃어. 



의미 있는 일을 찾아나서길 기도해 


아무튼 간에 다른 것보다 퇴사를 앞둔 너에게 딱 한 가지 고민했으면 하는 게 있어.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일의 의미"라는 측면이야. 일은 의미가 있어야 해. 왜냐고? 인간은 감정이 있고, 자아가 있기 때문이야. 다른 말로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어. 사람은 자원도, 기계도 아니야. 결국 아무의미 없는 일은 지속할 수가 없는 것이야. 아무런 의미없이 하는 일은 그저 돈과 자신의 삶을 맞바꾸는 행위이야. 안타깝게도 해야 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해. 사람의 삶은 대부분 노동을 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정말 중요해. '나'라는 게 있는 일이냐, 아니냐가 인간의 일의 지속성을 다르게 하고는 해.  


남들이 좋다는 것, 남들이 가본 맛집, 남들이 가본 여행지... 이것을 우리나사람들이 떠돌 수밖에 없는(솔직히 좋은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해!) 직장에서 일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힘이 든데,  다른 의미가 있을까? 찾지 못하는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야. 가장 좋은 것은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인데, 일에서 의미찾기란 정말 어려운 듯해. 



직장에서 삶의 의미가 없으면, 그곳은 도망치고 싶은 곳이 될 수밖에 없어. 일의 의미를 묻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니까 말이야. 그런 의미를 스스로 발견했으면 해. 누군가 좋다는 것, 누가 괜찮다는 것 대신에 네가 원하는 곳에서 자리 잡아나갔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 삶이 행복할 거니까. 


앞의 말들이 너무 뻔한 말이지? 나는 여기서 하나 덧붙이면, 준비과정도 어느 정도 행복한 일을 했으면 해.  자신의 일의 의미가 더 나아지려면, 준비과정도 어느 정도 내가 즐거워야 하는 것 같아. 그것이 무엇이 되어도 괜찮아. 조금 더 네 일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준비과정도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면 좋겠어. 오늘이 쌓이고, 내일이 쌓이면 아마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야 지치지 않아.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조언해. 


첫째, 너한테 의미 있는 일을 찾아나갈 것 그 일이 남들이 뭐라고 해도, 네가 느끼기에 행복한 일을 할 것.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네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일을 할 것.

둘째, 준비과정도 행복한 일을 할 것. 결과가 멋진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쌓이는 것이 행복한 일을 찾아나설 것. 한번에 찾을 수 없으니, 멍때리는 동안도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 


셋째, 기죽지 말 것!, 용기를 낼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기죽을 이유 없다는 것을 알 것. 늘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세아야, 나는 너에게서 늘 꿈을 보고, 가능성을  보고 있어. 희망과 가능성이 현실과 삶이 되는 날에도, 그리고 다시 어떤 순간에도 항상 함께 있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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