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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Aug 28. 2020

영화를 안봐도,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대화로 채우는 날들 

# 영화 안보는 우리들 

나와 여자친구는 영화를 보는 일이 많이 없다. 영화를 안 보는 게 대수냐 싶지만,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나면 보기도 하지만, 같이 보는 영화가 연간 1편 가량이다. 연중 행사로 영화를 보는 커플들이 우리만 있겠냐 싶지만, 어쩌다보니까 영화를 안 보게 된다. 같이 영화를 보면 "너무 안 봤나" 싶을 때 본다. 


조금 다른 사람인 우리 둘은 대화로 우리시간들을 채워간다. 비슷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다르고, 좋아하는 대화 소재도 조금은 차이가 있고, 라이프 스타일도 차이가 있고... 표면적으로는 사실 무슨 할 말이 많은가 싶다. 나는 그런게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그리고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안보는 커플,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나마 공통점이 있다면, 술을 안 마시고, 못 먹는다는 것이다. 나와 여자친구 둘 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둘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여기에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술 한 잔 안들어가도, 그렇게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많냐는 것이다. 


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도 얘기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서로 일어나는 일들, 앞으로 일들, 과거 일들 얘기하면서 우리 연애 기간을 늘 채워나가고 있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아는 부분도 많이 있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야기 할때가 행복하고 재밌다. 주말에 못 보는 날이거나, 특별히 보기 어려운 날이면 만난 날 이상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이야기를 한다. 여자친구는 본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 가슴벅찬 우리 얘기들 


의견이 늘 맞는 것이 아니다. 별일 아닌 것에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말을 끊기도 한다. 완벽한 대화는 없다. 조절해 나갈 뿐이다. 딱 한 가지, 서로 맞는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도 서로의 가슴 벅찬 부분을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우리 시간은 가득 채워지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대화로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가슴벅찬 이야기를 수년을 만나도 나눌 수 있다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도 우리는 서로 인연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연을 넘어 운명인지를 대화를 통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벅찬 내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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