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Dec 29. 2020

석사과정 진학하는 연인에게

네가  걷는 곳이 길이야.

석사학위의 시작.

직장을 다니던 연인이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내고 몇 개월이 지나서 합격했다. 그 뒤에는 기쁜 마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남들이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는 길이기도 한 대학원에 가게 됐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여러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대화에서 많은 부분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어떤 일을 목적으로 삼는지는 논하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제법 진지했다.


올해 봄부터 대학원 준비를 도와주게 되면서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았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연구 사업을 하나 하기로 했다. 마침 수원시에서 하는 시민 공모가 눈에 띄었다. 시민공모를 지원하여서 함께 하게 되었다. 몇 개월을 같이 이야기하다보니, 연구에 대한 감을 잡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한 개 공모에 수상을 하나 더 하게 됐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서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석사과정 이후가 중요한데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대학교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해도 해도 끝없는 공부량에, 경제적인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 주말도 없이 2~3년간을 지내야 한다. 머리 속은 늘 복잡하다. 생각이 어째 공부쪽으로 가 있다. 그런 생활을 하다가 보면, 생각보다 석사학위로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음을 느낀다.


석사정도는 편하게 하라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길이 아닐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으로는 냉정하게 말해서 시간 날리기 딱 좋다.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지 않고서는 실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사실 대학원은 인풋보다는 아웃풋이 더 중요하다. 졸업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그런 대학원생활하다가, 겨우 논문만 쓰고 졸업해야겠다고 다니게 되면, 잘못하면 2년을 날리게 된다. . 실무자들이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겠다고 들어왔다가, 둘다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오히려 실무와 이론을 둘다 잃었다는 사람들도 봤다...


그래서 귀중한 시간을 준비하는 애인이 조금 잘 되길 바랐다.  2-3년을 어정쩡히 보내다 날리느니, 조금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했다. 석사과정이 헛된 시간이 되는 것은 큰 비용을 날리는 일이다. 정말 많이 배우고, 내공을 쌓아야 하는 시기다.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특별히 없다. 매 순간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시간에 많이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안하면 피보는 게 정말 많다.


잘 되리라는 믿음

사실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석사과정 이후, 이전이 많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석사과정 역시 그저 공부만 하는 시기도 아니고, 공부의 끝에는 무언가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든, 취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지 무언가를 해야 한다. 박사도 다르지 않지만, 석사 역시 마치고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다. 제대로 해도 잘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에 내 사람이 잘 하리라, 잘 되리라 믿는다. 내 애인이라서가 아니다. 자기 하고픈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을 넘어서 진지하게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소명이 있는 사람, 바람이 있는 사람은 잘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는 어려움을 버티고, 어느 순간에는 프로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지내본 결과 학위과정을 보람있게 보낼 사람이다. 내가 걷는 곳이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걷는 곳을 축복한다. 길은 따스한 소명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안봐도,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