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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영 Feb 21. 2024

이탈리아로 살러 가볼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9년차 요리사다.

지금부터 풀어갈 이야기는 2018년 여름, 스물 일곱 살에 이탈리아로 날아간 세상 쫄보의 좌충우돌 유학성장기다.


2018년 새해가 시작하던 즈음 주방에서 셰프님이 “주영아 새해운세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네 운세 한번 볼까?” 하셨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큰 이동수가 있다며 다들 ‘주영이가 시집을 가려나’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점에는 해외유학이라니 감히 상상도 못 했던 내가, 두 계절만에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이 훌쩍 떠나게 되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대단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였다. 그 무렵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다니던 레스토랑 사정이 안 좋아져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해야하던 참이었다. 스물 일곱의 나에게는 그 두 이벤트가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딛고있는 바닥이 나의 주체적인 선택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아무생각 없이 흘러보내다 거저 생긴 바닥이 아닐까, 하고 불안으로 가득 차버렸던 시간이였다.


유럽 배낭여행은 고사하고 해외에 혼자 가본적도 없는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런 큰 결정을 하게 된 걸까?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큰 결정을 내리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 곳곳에 널브러진 실패와 실수에도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배워갈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조금 더 넓은 지평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는 것. 그것이 그 당시 내 가장 큰 화두였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구가 있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문구다.


나는 줄곧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근무했고, 그 매력적인 음식들을 직접 가서 보고 만들고 싶었다.

엄마는 돈을 더 모아서 요리학교에 가라고 하셨지만 마음 먹었을 때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학교로 간다면 학교라는 울타리안에서 거처가 안전하겠지만 이왕 가는 것, ‘맨땅에 헤딩’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탈리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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