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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게 Aug 27. 2021

[여름] 물을 품은 꽃 수국

6-7월에는 어린아이 얼굴만큼이나 큰 수국 꽃이 몽글몽글 피어 제주도 돌 담을 뒤덮고는 합니다. 산사의 마당, 시골집 뒤 뜰, 카페 정원, 작은 상점들 앞에 놓인 화분에서도 수국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수국 꽃이 만개하면 예쁜 색 뭉개 구름이 땅에 내려앉은 듯 비현실적입니다. 여름 비를 맞고 나서 방금 공기를 채운 축구공처럼 탱글탱글 꽃 잎이 살아난 푸른 수국 꽃을 보면 잠시나마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꽃이 무차별적으로 풍성하게 피는데, 노랑, 오렌지 계열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색이 있는 듯 컬러도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여름 이 시기에 가장 싱싱하고 다양한 색상의 수국을 싸게 살 수 있어요. 다른 계절에도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지에서 수입된 수국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원하는 만큼 예쁘지 않아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조금씩 변해가는 국산 수국을 느껴보세요.


수국 키우기

봄과 초여름 꽃봉오리가 맺힌 모종이나 화분을 구해 직접 키워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가을이 될 때까지 부지런히 새 꽃봉오리가 생겨나고, 한 번 핀 꽃은 끊임없이 색을 달리하며 변화해 갑니다. 꽃이 지고 7월 말경에 가지치기를 해주면 다음 해에 꽃이 더 풍성하게 피어요.


매일 다른 수국 색깔

꽃 색깔은 토양 성질에 따라 결정돼요. 토양이 산성이면 청색, 알칼리성이면 붉은색을 많이 띠는 꽃이 피어요. 재배할 때 원하는 색 꽃을 얻기 위해 흙에 첨가제를 넣기도 한다고 해요. 꽃이 한 번 피면 바로 시들지 않고 가을까지 색이 변하다가 마르기 때문에 절화도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이 나와요. 봄과 초여름에는 파스텔톤의 은은하고 밝은 색, 한여름에는 진보라, 진핑크, 화이트. 늦여름에는 여기에 그린 톤이 오묘하게 섞이고, 가을에는 붉은 빛이 도는 앤틱 수국이 됩니다.

덜 핀 수국(왼쪽), 약 2주 후(오른쪽)


수국 오래 보기

수국의 첫 글자 ‘수’는 물 수(水)자예요. 그만큼 물을 좋아하는 꽃이에요. 물이 충분히(내가 생각한 것 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쉽게 시들기도 해서 손님들로부터 수국 관리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저도 수국은 줄기에 워터픽을 꼭 끼워서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물 공급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아래 가이드에 따라 구매 초반에 조금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어느 꽃보다 수명이 길어집니다.

줄기를 최대한 사선으로 자른다. 세로 또는 십자 홈을 내주면 물을 더 잘 흡수한다.

꽃과 잘 어울리는 잎 몇 장만 남겨두고 나머지 잎은 모두 뗀다.

꽃 얼굴에 스프레이를 자주 한다.

위 방법대로 했는데도 꽃잎이 힘을 잃고 축 쳐졌다면 물통에 물을 받아 1-2시간가량 꽃 얼굴을 물에 푹 담근다. 꽃잎이 물을 먹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면 물을 털어 줄기를 짧게 잘라 다시 물에 꽂아준다.

줄기 사선 자르기(왼쪽), 줄기에 세로 홈 내기(오른쪽)
꽃 얼굴에 스프레이하기(왼쪽), 꽃 얼굴 물에 담그기(오른쪽)

Caution. 다른 종류의 꽃에는 스프레이를 하거나 꽃 얼굴을 절대 물에 담그지 마세요. 꽃잎이 금방 무르거나 썩어버릴 수 있어요.


Tip. 봄과 초여름에 나온 파스텔톤 수국은 꽃잎이 여리고 부드러워서 시들기 더 쉬워요. 위 방법대로 수분 공급에 신경 써 주세요. 가을에 가까워질수록 꽃 색깔이 진해지면서 꽃잎이 두껍고 단단해져서 관리가 쉬운 편이에요. 가을 수국은 앤틱 수국이라고도 하는데 그대로 공중에 걸어 말려도 됩니다. 초록과 붉은 빛이 많이 돌수록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쁘게 말라요.

떨어진 꽃잎을 버리지 말고 넓적한 화기나 그릇에 띄워 보세요. 꽃잎이 녹지 않고 오랫동안 예쁜 모습을 유지할 거예요.

물에 띄운 짜투리 수국 꽃잎


수국 꽃꽂이

풍성한 수국 꽃 1대와 그 꽃을 받치고 있는 둥글넓적한 초록 잎 그대로도 충분해요. 다른 꽃을 섞지 않고 화병에 수국 1대만 싱글로 꽂아도 좋고, 수북이 수국만 모아서 풍성하게 꽂아도 예뻐요. 조금 더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초록색 잎이 달린 가지나 길쭉한 라인을 가진 잔잔한 꽃을 더해도 좋습니다.

수국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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