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게 Jun 03. 2021

처음 시작하는 꽃 생활

실내에서 보내는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 휘게


오래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휘게(hygge)’라는 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이 길고 혹독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덴마크 사람들 삶에 스며 있는 정신’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즐기는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을 뜻하는 이 말은 약간의 알코올과 편안한 친구들, 가족을 포함하며, 반드시 조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벽난로 앞에서 오랜 동네 친구들과 약간의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보내는 저녁 시간을 상상하면 됩니다. 해가 진 집 밖은 좀 춥고 눈이 쌓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고, 전염병과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살아가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 전 세상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중요한 날 선물로만 사던 꽃을 이제는 내 삶의 질을 높이려고 집에 꽃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을 느낍니다. 제가 운영하는 꽃집에도 베란다나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고, 실내에서 초록을 더 보고싶어 작은 화분이라도 들여보려 하는 손님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꽃과 식물을 가까이 두는 문화가 생기는 것 같아 내심 반갑기도 합니다.


꽃을 잘 모른다며 수줍게 고백하면서 고심 끝에 몇 송이 꽃을 골라 걱정과 설레임 가득한 얼굴로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을 자주 만납니다. 주인인 저는 조바심에 꽃을 자르는 법부터, 관리하는 방법, 심지어 물의 양까지 정해주며 주저리 주저리 노하우를 전해드리고는 합니다. 다시 찾은 손님은 경험담과 실패담을 전해주고, 저는 다시 잔소리를 보탭니다.


거창한 꽃꽂이보다는 단골 꽃집에서 산 꽃 몇 송이를 꽂아 오래 보는 법, 정원이나 길에서 꺾어온 꽃으로 센스 있게 데코하는 법, 계절마다 놓치지 않고 즐겨야 하는 꽃 등 사소하지만 꽃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번 달은 무슨 꽃을 꽂지?' 하는 생각을 하며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유럽 숲이 떠오르는 투박한 듯하면서 세련되고, 멋 부리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드는 디자인을 나누고싶습니다. 화려한 파티와 연회 속 꽃보다 고단했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터벅터벅 비에 젖은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누군가의 손에 들린 꽃 한 묶음이 제가 나누고 싶은 꽃에 더 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또 지키면서, 꽃과 식물을 가까이 두고 자연스럽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