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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law Feb 20. 2017

스포츠 베팅과 판타지 스포츠

금지되어야 할 사행성 도박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 베팅이 축구를 즐기는 재미인가?


위성 생중계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고 있자면, 경기장을 꽉꽉 들어찬 관중들이 경기마다 엄청난 열기를 뿜어냅니다. 경기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중들은 희노애락을 함께 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경기에 집중하고 격정적인 감정표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정 축구에 대한 열정때문일까요? 물론 열정이 엄청나다는 점은 당연히 전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베팅’과 연관시켜 해석하기도 합니다. 


명절마다 친척들끼리 모여앉아 재미삼아 화투놀이를 하는 것처럼, 축구 팬들이 열광에 마지않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더 큰 재미를 즐기기 위해 베팅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일부 팬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영국 회계법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베팅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이고, 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이 바로 축구라고 합니다. 



지난 해 프리미어 리그에서 레스터 시티가 우승하면서, 레스터 시티를 우승팀으로 베팅한 한 팬이 수치상으로 약 5천 배의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것도 일종의 베팅일텐데, 이러한 것들이 소소한 축구 팬들의 재미가 되는 것입니다.   


레스터 우승에 베팅한 팬. 5파운드를 베팅하여 5천 파운드를 벌었다고 합니다.

2. 합법적 베팅?


영국의 베팅 시장이 이처럼 큰 이유는, 영국 정부가 철저한 감시를 통해 베팅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도박위원회가 있는데, 이 기관의 통제 하에 베팅이 범죄를 수반하지 않는 상태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고 있고, 청소년과 사회취약계층은 접근을 철저히 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베팅이 양성화되었기에, 많은 수의 클럽들은 가슴에 베팅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포츠토토를 통해 프로스포츠 경기의 승무패를 맞추어 배당을 받는 형식으로 베팅을 할 수 있는 길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불법도박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포츠토토의 배당률이 높지 않고 베팅할 대상이 승무패 정도로 매우 단순하여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스포츠토토를 통한 베팅만을 허용하는 것이 스포츠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3. 판타지 스포츠는 과연?


게임과 베팅 혹은 도박의 경계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판타지 스포츠입니다. 판타지 스포츠란, 실제 스포츠 선수들의 실제 경기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포츠 게임이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여 경기를 소화하는 식이었다면, 판타지 스포츠에서는 유저가 단지 원하는 스포츠 선수들을 자신의 팀으로 생성시키고, 경기 결과는 실제 경기에서의 스탯을 종합하여 우열을 가리는 식입니다. 


야후에서는 경기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판타지리그를 운영중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EA에서 제공하는 판타지리그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 입니다.

야후에서 운영 중인 판타지 리그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판타지 리그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우열을 가린다는 점에서 자칫 도박 혹은 베팅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합니다. 실제로 프로스포츠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판타지 스포츠가 합법인지 여부에 대해 약 햇수로 10여 년간 다툼이 있어 왔고 여전히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는 판타지 스포츠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문제가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얼마든지 도박성과 관련한 문제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영국과 같이 스포츠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양성화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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