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드러운 연유라떼 Apr 04. 2018

백팩, 만들지라(1)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백팩, 만들지라



1THEBAG 돌고래 Black

꽤 괜찮은 가방 하나를 소개한다.


이 가방의 이름은 돌고래다.
이름이 왜 돌고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대답은 간단하다. 가방을 디자인하면서 돌고래에 영감을 받아 백팩과 그 기능을 돌고래를 염두에 두고 그렸기 때문이다. 

이 평범해 보이는 가방은 사실은 평범하지 않다.
첫째, 가방 설계 단계부터 약 500명의 가방 사용자 설문을 통해 가방을 디자인했다. 

둘째, 가방 자체만 본다면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13가지의 기능이 숨겨져 있는 다재다능한 가방이다.
셋째, 만든 사람이 정말 봉제라고는 모르는 일반인이다. 나는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봉제라고는 실과(기술 가정) 시간에 실습으로 바지를 만들어본 게 전부인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가방을 만들었다. 그것도 가방 사용자 약 500명에게 설문을 하고, 그 설문을 토대로 내가 그리던 가방을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가방을 만들고, 가방 회사를 창업하면서 겪은 담담한 어느 사장의 이야기다.



먼저 가방을 만들고자 결심하게 된 과거에서부터 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가방 그리고 디자인과는 일면식도 없던 내가 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2016년 어느 늦은 가을이었다. 잇따른 고시 실패에 녹다운이 되어있던 늦가을 나는 돌연 공부를 뒤로하고 사회에 홀로서기로 결심했다.  내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겪게 될 그런 흔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계속 공부를 하자니 모아둔 돈도 없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입시 결과에 지쳤다. 그렇다고 선뜻 취업을 하자니 내 나이 서른, 받아주는 곳도 잘 없을뿐더러 결혼하고 나면 곧 경단녀가 될 터였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카드인 창업을 고민했다. 

처음엔 창업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제껏 공부만 하던 내가 무슨 창업이냐 하며 의기소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을 해보니 사람을 만나고 생산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창업은 그간에 내가 겪어보지 못한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어느 정도 창업에 마음을 굳히고 아이템을 고르기 시작했다. 평소 호작 호작 손으로 그리고 만드는 걸 즐겼던 나는 가죽 가방, 핸드백, 한복 등의 아이템에 관심을 가졌었다. 또한 아이템의 다양한 선택지를 위해 IT 세계에 발을 디뎌보고자 서점에서 C++ 언어 관련 공부 코너 앞도 서성이며 얕은 공부를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찾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발아래 있는 찢어진 백팩이 보였다. 커플 백팩으로 산지 3개월도 안된 새 가방이었지만 가슴 아프게도 찢어졌었다. 물론, 사용자 과실은 아니다. 그냥 가방 원단이 오래된 제품이었는지 원단이 헤졌다. 그래도 나름 브랜드에서 산 제품인데 품질이 너무하다 싶었다. 순간 내가 만들면 이렇게는 안 만들겠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백팩을 만든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기준으로  약 11년간 학생으로 백팩만 멨었고 그 누구보다 백팩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가방을 쓰면서 불편한 점이라던가 혹은 가방을 사면서 소비자로써 속상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가방을 사면서 가장 속상했던 건, 예쁘고 기능이 좀 괜찮다 싶으면 다 비쌌다. 그리고 가격이 마음에 드는 저렴한 가방은 딱 저렴한 그 가격만큼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고민을 비단 나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방을 메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가방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해두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먼저 가방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아주 간략한 정보를 습득을 하고, 전 세계 백팩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백팩을 디자인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닥치는대로 시중에 나온 디자인들을 분석했다.  나가는 백팩과 그렇지 않은 백팩의 차이도 찾아보면서 가방 디자인을 조금식 독학했다. 처음엔 디자인 까막눈이라 가방을 봐도 아, 너는 가방. 나는 보는 사람. 수준이었지만 이걸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속 보니까 어느 순간 봤던 가방도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디자인만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은  가방을 세상에 내놓았는지 제작자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가방이란 아이템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일련의 시간을 거치면서  앞으로 내가 만들 가방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품질을 갖추고, 너무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의 가방을 만들자.

이 작은 꿈을 꾸고 그간에 봤던 가방 디자인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가방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디자인이 짠~하고 나오지는 않았다. 머리를 식힐 겸 패션의 성지라 불리는 동대문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하지만 서울살이 3년간 동대문 근처에도 안 가봤기 때문에 동대문에서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발로 뛰기로 했다.
동대문 역사공원 역에 내려서 밀리오레,두타, DDP, 동대문 지하상가를 모두 다녀봤지만 내가 찾는 원단 가게가 없었다. 잘못된 좌표였다. 내가 들렀던 그곳들은 거의 의류 상가였다. 우여곡절 끝에 동대문 종합 시장까지 흘러들어갔다. 그곳은 뭔가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원단 가게들이 눈에 보이는듯했다. 하지만 그곳도 내가 찾아야 할 원단 가게는 아니었다. 한 시간 남짓 돌아다니다가 혜자로운  원단 가게 사장님이 여기는 가방 원단 같은 거 안 팔아요. 신설동으로가 보세요라는 말씀해주셨다. 참고로 혹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가지라는 말을 가끔 하는데, 미안하지만 인터넷에 그런 정보가 잘 안 나온다.

옷 원단 가게 사장님의 핵심 꿀팁으로 신설동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동대문 종합 시장에서 평화시장을 거쳐 한참을 걸어가니 신설동이 나왔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길을 잘못 찾은 것이라 믿고 싶을 정도로 음침한 곳이 나를 맞이했다. 물론 지금은 별로 무섭지도 않은 곳이지만 그때 첫 느낌은 TV에 나오던 5~60년대 건물에 페인트는 거의 다 뜯어져 있고 천막들이 주렁주렁 있는 게 여기서 범죄가 일어나도 아무도 신경 쓰지 못할  외진, 혼자서는 굳이 안 들어가고 싶은 그런 골목이었다. 하지만 무섭다고 그곳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문을 연 원단 가게를 차례대로 들어갔다. 다행히 들어간 첫 집이 아들과 아버지가 운영하는 원단 가게였고, 처음 온 나에게 원단 가게 특성에 대해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그분들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무서움을 덜어내고 현장에서 바로 원단을 만져보고 당겨보면서 원단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설동을 몇 바퀴를 돌고 나니 내 손에는 샘플들이 한가득이었다. 샘플과 부푼 꿈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만들어야 할 가방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원단을 만져보고 원단별 성격을 보니  뭔가 디자인에 대한 더 선명해진 그림이 그려졌고, 그 느낌을 살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만들 가방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수록 완성도가 높아졌다. 물론  과정을 오롯이 혼자만 한 것은 아니다. 스케치를 검토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나 나나 디자인 문외한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많이 그려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가방도 뜯어보고,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소요량도 계산해보면서 가방을 씹어먹어버리겠다는 각오로 설계를 했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된 이야기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 집니다. 첫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번째 펀딩 진행중입니다. 


각이 제대로 살아 있는 1THEBAG 돌고래 


                                                                                                              1THEBAG 돌고래 블랙 펀딩 바로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