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 만들지라(2)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가방 애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다.
2016 원더백 돌고래 제작 전 가방 애용자에게 설문 조사 이왕 만들 거면 내 맘에도 드는 가방이길 원했다. 가방계의 애플을 꿈꾸며 여러 가지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을 닥치는 대로 검토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내가 불편을 느꼈던 점과 개선하고 싶은 점만으로 가방을 만들 순 없었다. 그래서 실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명도 답하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6시간 만에 476명이나 되는 가방 애용자들이 가방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원더백이 제공한 설문에 성실히 답해줬다. 그들의 설문을 요약하면,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수납공간이 잘 구성된 가방을 만들어줘! 였다. 내가 기본적으로 생각했던 부분과 거의 일맥상통했다.
가방을 연구하면서 끄적인 낙서설문 조사도 마치고 들뜬 마음에 처음 가방을 그렸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형편없었다. 하지만 계속 그리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초보자 치고는 그럴싸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런 그림으로 샘플사에게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갈 순 없었다. 그래서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오토캐드. 가방 무지렁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정성껏 그리고 첨부되는 설명을 적어 작업지시서를 만들었다.
작업지시서를 만들면서 동시에 진행된 것은 바로 봉제 공부였다. 가방을 만드는 기술을 누군가 가르쳐 주는 학원이 사실 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독학하기로 했다. 독학의 가장 큰 선생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방을 해부하는 것이었다. 가방을 쪽가위로 하나씩 뜯으면서 봉제 방법을 익히고, 들어갈 재료의 수량을 가늠했다. 모르는 용어도 인터넷을 통해 배우며 가방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했다. 간략한 봉제 공부가 끝난 뒤에는 틈틈이 원단시장에서 사 온 부직포를 자르면서 패턴을 연구했다.
봉제 공부를 위해 부직포로 만든 첫 가방원하는 기능을 넣은 대략의 가방을 만들었더니, 이런 헝겊이 나왔다. 물론 이 초기의 모델은 현재의 돌고래와는 완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놀라지 말길 바란다. 이 첫 번째 가방 모형은 봉제 방법과 가방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학습하는 것에 가장 큰 목표를 두고 만들었고, 대충 다 만들고 나서 배운건 단 한 가지다. 아, 손바느질로 봉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구나. 내가 만들려는 백팩은 미싱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작은 교훈을 얻었다.
첫번째 컴퓨터 작업지시서를 만들기 위해 처음 손대본 오토캐드 가방 시안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서 황급히 샘플실을 찾았다. 손으로 그린 발그림으로는 도저히 미팅이 불가했기 때문에 아까 말했던 총 26장 분량의 오토캐드 작업 지시서를 들고 어렵게 찾은 양천구의 어느 한 샘플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 샘플 사는 가방은 예쁘지만 디자인이 너무 복잡하고 물량이 많은 브랜드 제품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손이 많이 가는 이런 가방은 받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한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포기하기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샘플실을 찾아다녔다.
10군데쯤 찾아다녔을까? 슬슬 포기의 기운이 올라왔다. 하지만 가방 만드는 걸 포기해야 하나 하고 생각이 들 때쯤 기적적으로 디자인한 백팩에 관심을 보이는 샘플사 한 분을 만났고, 2시간 넘게 가방을 만드는 이유와 디자인한 가방에 대해서 신나게 설명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서 샘플사 선생님은 가방을 만들어 주겠노라 약속했고, 그리고 그분을 통해 약 한 달의 시간이 넘게 걸려서 원더백의 첫 샘플을 만들었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 번째 펀딩 진행 중입니다.
각이 제대로 살아 있는 1THEBAG 돌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