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셋맘 여기 있어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258793?sid=102
댓글에서 저출산위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현실적인 정책을 해라, 지금 이게 중요하냐, 지들이 낳아놓고 지원해 달라고 징징대는거 보기 싫다 등등...
이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어디, 어느 대책이라도 좋은 평가를 남긴게 있었나, 특히나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그런데 난 이번꺼 마음에 든다.
특히 공항에서 3자녀 우선출국해주는거랑 호텔 5인 투숙 가능하도록 권장하는 정책, 나는 좋다.
지금까지의 다자녀 정책에 대해서, 솔직히 구리다고 생각했다.
우선 다자녀의 기준이 3명에서 2명으로 내려간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3자녀 가정이 많다는 사실이다.
4자녀, 5자녀도 있다.
1호 친구는 다섯째 막둥이고, 2호 친구는 4남매 중 둘째다.
여럿 생각하는 분들은 막판 한두번은 시험관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막내가 쌍둥이인 경우도 많아서, 셋, 넷이 특별하진 않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다자녀 정책이 구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현실과 달라서는 아니다.
공과금을 아껴주거나 공영주차장 주차비 할인 조차도 기본적으로는 '혜택'이다.
혜택이 동기가 되어 변화를 견인하려면 대단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3남매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혜택들이 있어서 나쁠 건 없지만, 이거 때문에 다자녀가 된건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내가 경험한 다자녀 정책들은 모두 "많이 낳아줘서 고마워. 여기 선물이야." 같은 느낌인데, 고맙다니까 나도 감사하긴 하나 이것 때문에 더 낳지는 않는다는 것.
결국 각종 지원 정책들이 저출산 기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다자녀 혜택에 소득 제한을 두는 것도 나에겐 애매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가정 경제 문제에서 출발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집값이 너무 높고, 교육비가 많이 든다.
하나를 더 낳았을때 드는 돈은 선명하지만, 행복의 크기는 경계가 흐리다.
경제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경우에 다자녀의 혜택을 몰아준다고 해서 과연 낳을까? 모르겠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없는 살림에 다자녀라니, 감사합니다" 같은 느낌이 있다.
고마우니까 혜택을 주는건 알겠는데, 이것 때문에 출산을? 모르겠다.
무엇보다 저출산이랍시고 다자녀, 출산 지원 제도 등을 내놓지만, 난 종종 투명인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지만, 사회는 아이가 셋인 우리집을 없는 셈 치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노키즈존에는 상처도 안받는다.
캐치테이블에서 좋아보이는 곳을 예약하려고 하면, 애들 데리고는 갈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아이가 들어갈 수 있다 해도, 의외로 많은 식당이 최대 테이블 사이즈가 4인용이다.
사실 딱 한번 속상했던 적이 있다.
애들 많은 동네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가, 번화가에 간더니 죄다 노키즈라 들어갈만한 식당이 없었다.
3군데 정도 빠꾸 먹고 나니, 손을 잡고 있던 2호가 "엄마 미안해"라고 했었다.
자기 때문에 엄마가 먹고 싶은 걸 못먹는다고.
그때 너무 속상해서, 사실 그 뒤로는 가능하면 그런 번화가는 가지 않는다.
그래도 제일 서러웠던건 호텔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거의 대다수의 호텔 투숙인원이 최대 4인이 됐다.
그리고 여기엔 영유아를 포함한다.
5성급이라고 해도, 방 2개 침대 4개 소파 라운지가 있는 스위트 타입 룸이라고 해도 예외없다.
누가 물어보면 국내에서 5인 투숙이 가능한 호텔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해외도 투숙인원 4인 제한이 기본이다.
하지만 내가 가본 대부분의 관광지에서는 커넥티드 룸 타입을 제공한다.
이 경우, 룸 2개가 연결된 구조를 룸 1개로 인식해서 가격이 측정되는지, 2배보다는 현저히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호텔들은 커넥티드 룸도 거의 없다.
룸 2개 잡으면 되지 않냐고?
애가 2살 4살 8살이면 어떻게 쪼개져서 자야 할까?
설마... 8살 짜리가 아빠랑 자면 되겠네- 같은 소리를 하는 육아 영혼이 자유로운 분은 없으시길 바란다.
다행히 이제는 애들이 커서 룸 2개 잡으면 1호랑 아빠가 따로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정책 중에서도 5인 투숙을 권장하는 제도가 있는게 마음에 들었다.
좋은 혜택이네! 이게 아니라, 그냥 '아, 이제서야 이 사회에 5인 가족도 있다는 걸 인식해 줬구나' 같은 느낌이다.
거창한 표현이긴 한데, 약간 위로 받았다.
지난 몇년 관광업계로부터 무시 당했던 5인 가족의 삶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3자녀 우선 출국도 반갑다.
물론 우리는 아직 어린아이가 있어서 노약자 우대를 받긴 하지만, 애 셋 데리고 출국 심사까지 마치면 진짜 비행기 타기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왕 해주는거 버스전용차로도 오픈해주면 좋겠다.)
저출산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각종 혜택을 쏟아 내는 것보다 아이가 있는 상황이 당연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내 아이가 욕먹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카페에 아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경계하는 분위기,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을 타면 좁아진다며 노골적으로 유모차를 밀면서 지나가는 적대감,
놀이터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 같은 것들.
'흔치 않은 일이야'라고 하기에는 한번이라도 경험해보고 나면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을 용기가 한줌 정도는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5인 투숙 가능한 호텔처럼, 다자녀도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정책이 마음에 든다.
나는 원기옥 같은 걸 믿는 마음이 있는데, 아이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과 호감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조금씩 더 오래 사실거라고 믿는다.
모두가 한 마음이면,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 같은게 있다.
좋은 정책들이 많이 생기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져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아이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낳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좋아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누군가는 낳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