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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20. 2018

현대자동차,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가?

현대차는 운이 좋았다. 이제 운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이전글>

https://brunch.co.kr/@big-thinking/27


    올해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회사 측에서는 남미 신흥국의 환율 위기로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했으나, 일본의 도요타는 해당 지역에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어차피 현대차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자동차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현대차만 신흥국 위기와 환율 불안정을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애매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현대차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쌓인 과정의 결과물이 지금에서야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차가 어떻게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나타날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판매량 5위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물론 현대차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투자와 해외진출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운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운은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했다고 본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 세계가 공황에 빠졌다. 특히 미국은 사태의 본거지로 더 충격이 컸는데, GM이 파산 위기까지 갔다가 미국 정부의 구제로 겨우 산소공급만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과 다름없다. 우리나라처럼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집 근처에 있지 않다. 차를 타고 15분 이상은 나가야한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인들의 가계 상황이 나빠졌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현대차를 선택한 것이다. 때마침 2005년에 미국 알라바마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완성차 및 엔진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이미 유럽산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위기 때문이었다.



서브프라임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변화


<출처>

https://cars.lovetoknow.com/Automobile_Market_Share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으면서 성장하던 현대차에 또 다른 행운이 찾아온다. 


2009년 ~ 2010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


'Made in Japan' 또는 '일본 자동차'라는 타이틀은 고품질과 소비자의 기업 신뢰로 연결된다. 그런데 도요타가 전 세계에서 1,0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리콜했다. 도요타의 위상은 한 순간에 무너졌고, 지금까지도 자동차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라는 오점으로 남아있다.


    미국 내에서 거대 경쟁사인 도요타와 대적해야 했던 현대차로서는 굉장한 소득이었다.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 미국 시장에서 한번 더 뛰어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현대차는 일본차의 품질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 시기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내수와 외수의 품질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미국 내 판매 차량의 안전성 확보에 힘을 쏟은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안전성'과 '품질'을 내세운 일본차가 그 명성에 금이 갔으니, 현대차에게 '가성비', 즉 '가격'과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토요타 리콜 사태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변화




    현대차는 세계적 위기였던 서브프라임 사태와 경쟁사였던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시장 파이를 키웠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현대차는 위기에 직면했지만 경쟁 자동차 업체들은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 뛰고 있다. 그리고 전통 자동차 제조 기업이 아닌 곳들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자동차 산업이 기타 산업, 특히 IT와 결합하는 융합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크게 주목받는 기업들도 대부분 IT 기업이다. 구글, 엔비디아 그리고 인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점유율을 늘리던 2009년 구글은 자율주행차 '웨이모' 개발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구글이 웨이모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 2천억 원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 연 1,700억가량을 자율주행차 개발에 사용한 것이다. 지금도 비슷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면 그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그리고 웨이모는 다음 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https://www.bloter.net/archives/324393


    현재 자율주행차 시장을 보면 구글의 웨이모가 압도적으로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GM이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전통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니다. IT 기업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현대차는 올해 블룸버그 통신의 발표에 의하면 12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2009년부터 웨이모 개발에 착수했을까? 사용자 데이터를 구글이 가진 각종 서비스와 결합하려는 목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많이 사용하는 동선, 많이 가는 식당 등 단순한 정보 검색뿐 아니라 차 안에서 탑승자의 행동 패턴 등 수많은 데이터를 끌어모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구글맵을 우버와 연결하여 구글맵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구글은 자동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데이터 수집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자동차 브랜드가 큰 영향력을 미쳤다.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때 미국인들에게 현대라는 브랜드가 영향을 미쳤고, 도요타 리콜 사태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자동차 브랜드는 지금처럼 큰 영향력을 갖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안에서 운전을 할 필요가 없으니, 차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소비자의 선택에 큰 잣대가 될 것이다. (물론, 탑승자의 안전이 담보된 자율주행이 등장한 후에 말이다)


    최근 네이버가 오디오북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오디오북은 자율주행차 콘텐츠 중 가장 초기 단계로 보인다. 네이버가 만든 독립 회사 네이버랩스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구글의 웨이모와 다르지 않다. 네이버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자율주행차와 연결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국내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SKT의 T맵은 55%라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원래 T맵은 SKT 가입 고객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2016년 7월 19일부터 통신사와 상관없이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심지어 과거에는 유료였다. SKT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미래 자동차 시장을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하루에 셀 수도 없는 교통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향후 국내에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T맵이 한몫하겠다는 의도이다. 실제로 5G 상용화를 앞두고 자율주행차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고, 최근에는 티맵 택시까지 출시하여 '통합 교통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의 경쟁사는 도요타나 독일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네이버나 SKT 등과 경쟁해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다. 전통 자동차 제조회사인 GM은 2016년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비공개로 알려진 인수 금액은 1조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GM은 1조가 넘는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여 제조업에서 융합산업 회사로 변신했고, 현재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 일본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자회사까지 설립하여 2020년(아마도 도쿄 올림픽)에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근 공유경제 기업에 투자하고는 있으나, 이는 이미 경쟁사들이 먼저 뛰어들어 유리한 자리 선점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수소차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했지만 결국 하드웨어다. 현대차는 과거에 이룬 실적이 제품의 품질이나 기술 혁신이 아닌 시기를 잘 만나 이룬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조금 늦었지만,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확보하고 차량에 적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할 결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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