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피가 나오기까지
1:1 양육 방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후원할 수 있는 NPO, 한국컴패션 웹사이트 메인에 노출될 카피가 필요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문구로 방문자를 맞을 수 있게, 기독교 베이스인 후원 단체의 성격을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낼 한 마디.
또한, 온라인 채널의 특장점인 '데이터 기반'의 '인터랙티브'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정체되어 보이지 않도록 총 3개 버전의 카피를 준비했다. (사용자의 쿠키값이 없으면 인트로 페이지를 노출하고, 키 비주얼 영역에서 총 3개의 카피를 랜덤 노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목표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1:1 후원자를 만날 수 있도록 사이트 방문자의 시선을 붙잡고, 후원을 결심할 수 있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
카피 하나,
"왜 오늘 생일이 아닌, 어제 생일인 아이를 보여주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보통 생일을 알릴 때 "오늘 내 생일이야!", "내일 내 생일이야!"라고 현재나 다가올 날을 말한다.
그래서 시선이 잠깐이나마 머무를 수 있게 조금 신선한 조합의 어제 생일자인 아이를 보여줬다. 혹은 생일이 지나고 알면 더 슬프고 손 내밀고 싶을 거 같아서요-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카피는 실제 내 경험이었다.
어렸을 적 나는 늘 엄마에게 생일 한 달 전부터 계획을 말하고, 원하는 선물을 얘기했다. 식탁 위 달력에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워낙 크게 떠벌린 덕분인지 언제나 생일날에는 케이크에 초를 꽂았고, 원하는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다른 계절에 태어난 오빠는 생일에 대해 먼저 얘기한 적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직업은 똑같은데, 업계 특성상 오빠가 태어난 가을날은 늘 성수기였다. 바빠서 미역국을 잊는 것도 일쑤였고, 가끔은 출근하시기 전에 오빠에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얼마의 용돈을 쥐어 주는 것이 전부일 때도 있었다.
오빠나 나나 어른이 된 지금도 비슷하다. 그런데 몇 년 전인가- 달력을 보니 이미 오빠의 생일이 지나 있었다. 살짝 놀라 엄마에게 "어제 오빠 생일이었네!"라고 말하니 엄마는 나보다 더 크게 놀라고,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진심으로 슬퍼했다.(엄마가 굉장히 감성적인 탓도 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난 장난으로 엄마가 심했네ㅎㅎ라며 놀리고, 엄마는 거의 그렁그렁해서 툭 치면 눈물을 흘릴 정도여서 장난을 그만뒀다. 글로 쓰니 되게 나쁜 딸 같네.
지난날을 축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나쳐 버린' 거라면 너무 슬프더라고.
쓰다 보니 오빠가 되게 슬픈 유년 시절을 보낸 것처럼 묘사된 거 같기도 한데;
요지는 진짜 슬픈 생일을 보낸 어린이의 하루였다.
어린이센터에 모여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번 생일도 후원자를 못 찾고 한 살 먹은 날-일 수도 있을 거란 나름의 슬픈 상상이었다.
카피 둘,
지금 이 아이에겐 '후원자' 이상의 '부모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컴패션의 메인 프로그램은 정기 결제가 이루어지는 단순 후원을 넘어, 아이랑 '편지'로 소통하는 것을 매우 강조하는 1:1 양육 프로그램이었다.
또, 너무 슬프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어린이 정보 중에 '고아 여부'가 있었다. 시스템적으로 구분이 되는 데이터였기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카피 셋,
축하할 날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부모님이 계시더라도 어려운 아이들은 많다.
결연이 이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든 아이들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말이었다.
하루하루 가난과 생존의 문제로 투쟁하듯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한 줄의 카피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불씨라도 될 수 있길!
메인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search/child
실제 어린이들 사진은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 이제 한국컴패션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가끔 가서 펀딩 구경하는 정도의 방문자1입니다.ㅎㅎㅎ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사이트로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