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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마크 Jan 13. 2016

말할 수 없는 비밀들

도시괴담인가, 구전설화인가… 대나무 숲이 없소.

커버사진: MBC 시사매거진 2580



"대기업의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후려ㅊ..) 요즘 어떤가요…"

    오랜 기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제다. 나도 참 궁금했던 주제다. 관련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불공정 하도급 거래 피해가 줄고 있다는데, 체감도는 어떤지 궁금했다. 꽤 물어보고 다녔다.

대기업의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는 보통 이렇게 이뤄진다.

-이 가격으로 납품하시오.

=어떻게 이 가격에 맞춥니까.

-그런가요. 다른 업체들도 많으니 그 쪽에 주겠습니다.

  

    결국 협력사들은 대기업이 제시하는 납품단가에 맞춘다. 그 기업을 대체할 경쟁업체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대기업은 '이미지'가 좋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중소기업에 기술이전, 중소기업을 위한 성과공유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위한 활동을 펼치는 대기업들도 막상 자신들의 수익과 연관되면 결국 협력사를 쪼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 요즘처럼 대기업들이 경기가 어렵다고 앓는 소리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중소업체들, 대기업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는 도시괴담처럼 나돌기만 할 뿐"

    막상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알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들이 우는 소리 하는 것은 바람을 타고 소식만 전해지지 실체를 찾기 힘들다. 취재에 들어가면 아무도 나서는 기업이 없다. 좁은 업계에서 아무리 업체명을 가린다한들 누군지 다 알게 된다는 것. 보복이 두렵다고 한다. 정부부처 관계자도 "중소업체들이 하도 어렵다고 하소연해서 해결해주려고 자리 마련하면 홀연히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 기관이 바로 잡으려고 조사에 착수하면 정작 피해 사례는 얼마 나오지 않는다. 정부 기관이 나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취재하려는 나도 답답하다.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 나서는 이가 없다. "왜 용기를 못 내는 것입니까"라고 핀잔을 줄 수도 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달렸다. 앉아서 글이나 쓰는 내가 그들을 '용기 없다'고 나무랄 자격은 없다….


"대기업이 100을 벌면 우리한테는 5도 안 떨어져"

    간간히 들리는 하소연들. 어느 대기업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 몰두해 협력사들의 파이가 줄어들기도 한다. 납품단가를 안 내리면 해외 공장에서 납품받을 거라고 반협박하는 대기업 때문에 죽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완성차업체는 계열사가 비계열사보다 3배 가량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은 것 같다"는 기업들의 불만도 분명히 존재한다. 중소기업 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한 조사에서는 '현재의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40%였다.

    한 중소기업 사장님은 "이건 딜레마야!"라고 했다. "우리도 단가 많이 받고 물건 팔면 좋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대기업 제품 단가가 높아지잖아. 안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가격경쟁력이 중국에도 뒤지고 있는데 더 안 팔리면 어떻게해. 대기업 물건 안 팔리면 우리 물건도 덜 살거 아냐. 그럴 바엔 또 조금 남더라도 이 단가에 수긍하고 해야지…."


"문제는 돈이야!"

그래, 모든 문제는 돈이지. 월급쟁이가 대다수인 사람들에게 기업이 이렇다저렇다는 건 다소 먼 얘기. 하지만 당장 내가 다니는 직장(중소기업)의 임금이 낮다면…. 문제는 월급이다! 적정하지 못한 가격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물론, 기업이 성장한다고 근로자들에게 다 이익이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후려친 가격에 허덕이는 업체의 문제는 월급쟁이의 통장에 찍히는 금액까지 연결된다.

    한 경제단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임금인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기존 임금에서 퍼센트(2%라고 하자)로 임금을 올리던 방식을 하면 원래 임금이 적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고연봉자인 대기업 근로자 사이에 격차는 더더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액수'로 제시를 하자는 주장이다.

    미봉책, 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다만 현실이 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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