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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잠 Nov 07. 2023

사진 2장. 연탄

 

서울 연남동과 정선군 여량에서 연탄을 만났다. 연탄은 버려지지 않고 골목과 카페의 장식품이 되었다. 사진을 찍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중얼거리며. 서민들에게 연탄은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 주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1900년대 들어서며 연탄 사용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점점 지워지는 기억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추억이 되었다. 내게 연탄은 어린 시절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대 중반 정선 구절리에서 생활에서도 중요한 물건이었다. 나와 연탄 사이엔 소소한 추억이 존재한다.      


탄광이 사라지고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몇몇 남아 있던 마을에 작은 집 한 채를 빌렸다. 그곳이 연탄을 사용하는 집이었다. 새벽에 연탄을 갈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계산해서 연탄을 갈았지만 내 계산처럼 시간을 유지해 주지 않았다. 매번 아침마다 냉방에서 눈을 떴다. 온수를 쓰기 위해 난로를 사다 놓고 뚜껑에서 이어진 고무호스로 열을 전달해 물을 데워주는 통을 샀다. 처음 따뜻한 물을 썼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웃음이 난다. 그 산골에서 난로와 연탄으로 겨울 내내 씨름을 했다. 어릴 때는 내가 손댈 수 없는 물건에 대한 기억이지만 성인이 되어서 직접 경험했던 기억 때문에 내겐 연탄이 좀 특별하다.     


한 사진은 강원도 골짜기 여량에서 찍은 사진이고, 또 다른 사진은 연남동에서 찍은 사진이다. 두 사진을 보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가끔 장난 삼아 사진을 보여주며 질문을 했었다, 예쁜 카페에 장식품으로 쓰인 사진과 까만 벽 앞에 거칠게 놓인 연탄 사진 두 장이다. 

“어느 사진이 어디일까?”

거친 사진은 여량. 예쁜 사진은 연남동. 꾸밈없이 당연한 답이다. 정선의 여량은 오지이며 바로 옆 마을이 폐광된 탄광촌이다. 반대로 연남동은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로 서울에서도 유명한 동네다. 연탄이 주는 느낌이나 낙서의 모양으로 장소는 짐작된다. 답을 말하면 검은 벽에 거친 연탄이 연남동 어느 골목의 담벼락이고, 예쁜 카페가 여량역 앞의 작은 카페다. 장소와 완전히 반대의 느낌이 나는 연탄 사진이다. 답을 맞히는 사람들은 당연한 질문을 하지 않을 테니 거꾸로 답했다는 이야기에 한참 웃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혹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짐작했던 것들의 오류가 얼마나 많을까? 사진을 보던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당연하다고 짐작했던 오류 때문에 나도 아팠고 너도 아팠던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건망증 환자처럼 자꾸 잊는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러니 모든 순간, 모든 시간 아무것도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의 대화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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