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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Nov 30. 2023

테크 프로덕트에는 '완성'이 없다.

테크업계에 종사하면서 배운 가장 유용한 삶의 기술


테크업계에 종사하면서 배운 아주 유용한 삶의 기술이 있다. 일명 “scrappy attitude”다. (직역하면 ‘허접하게 움직이기’ 정도 될 것 같지만 왠지 뉘앙스가 다른 것 같아 영어표현 그대로 적겠다.) 


예는 무수히 많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자기검열을 거치지 않고 일단 꺼내어 보는 것(brainstorming), 아이디어의 핵심만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해상도로 표현해보는 것 (low fidelity mockup), 그리고 일당백의 느낌으로 홀로 답을 내놓는 대신 동료와 사용자들에게 질문을 하며 답을 구해나가는 것(user centric design)이 대표적이다. 


그 뿐이랴, 그렇게 마침내 완성해낸 프로덕트 혹은 기능은 ‘완성작’이 아니라 ‘파일럿Pilot’이고 ‘베타Beta’다. 아직 부족하다고 인정하는거다. 그것도 모자라 실제 사용자들이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다른 아이디어를 놓고 A/B 테스팅을 한다. 실험에 실험을 거쳐 발전을 시켜놓은 것도 여전히 완성작이 아니다. 그저 ‘버전2 (V2)’다. 여기 사람들은 ‘가설에 대한 검증을 하는 과학적 정신’이라고 멋들어지게 말하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핵심은 확신이 안서도 일단 해보는 정신이다. 


”남들 100할때 나는 120을“ “저는 완벽주의가 단점이에요 호호” 따위의 한국직장인식 성실함이 Scrappy를 외치는 실리콘밸리 동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쭉 그 짓(?)을 하다보면 금방 번아웃을 겪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일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Scrappy attitude는 빠름과 효율성 만을 위한건 아니다. 그것은 조직 문화의 개방성을, 개인의 잠재력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똥손인 나의 UX 디자인 아이디어도 30초 만에 쓱 스케치하는 mockup ideation(목업 발상) 세션 덕택에 채택된 적도 있으니 말이다. 


Mockup Ideation 세션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시간이다. 포스트잇이나 종이 한 장에 손으로 쓱쓱 그려내면서 최대한 많이 아이디어를 내보는 건데,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라서 기대받는 비주얼의 완성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마음껏 휘갈겨서 좋고,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은 그림을 못그려서 혹은 디자인 감각이 없어서 부끄럽다는 마음에서 해방될 수 있어 좋다. 


삐뚤빼뚤 그려놓은 스케치를 벽에 붙여놓고 사람들은 세상 진지하게 회의를 한다. ‘아 이게 뭡니까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고 핀잔을 하는 이는 없다. 피카소의 낙서를 감상하듯 선과 화살표와 상자에 담긴 의미와 철학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나의 스케치가 피카소의 낙서인지 어린아이의 장난인지를 가름하는 건 오로지 상대의 시선에 달려있다. 그가 나의 철학과,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과, 창의력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다면 그 스케치는 아트마켓 경매에 나온 피카소의 낙서 만큼이나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무언가로 보일 것이다. 


테크 종사자 시절의 Scrappiness를 가슴에 품고 글을 쓴다. 글쓰기 모임 토요작가클럽을 만들었다. ‘너가 왜 이걸 하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글쎄, 당신은 그저 나에 대해 잘 모를 뿐이다 라고 간단히 답해주고 싶다. 


나의 글도, 나의 글쓰기 모임도, 작가로서나 코치로서의 자격도 완벽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렇지 않음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당신에게, 우리의 커뮤니티에 ‘Scrappy Attitude’를 전파하고 싶었다. 지금 너의 글이 서툴다고 첨삭을 해주는게 아니라, 그 생각을 꺼내기로 한 너의 용기를, 그 안에 담긴 너의 경험과 시선을 발견하고 또 축하하고 싶었다. 그 문장을 써보기 위해 싸워야했을 졸음과 피로와 두려움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런 당신과 같이 성장하고 싶었다. 



테크프로덕트에는 완성이 없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완성은 없다. 


부족하다고, 깊이가 없다고, 어딘가 맞춤법이 틀렸을 거라고 걱정하며 영원히 오지 않을 ‘완성’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글을 통해 관점과 감정의 가설을 검증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UX 리서처로 일하던 시절의 노하우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테크프로덕트처럼 중독성있고 즐거운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줄 글쓰기클럽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목표에 어울리는 글쓰기 접근과 체계를 제안해드리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영어권 글쓰기 관련 동기부여 콘텐츠도 제공합니다. 다양한 나라 도시에서 참여하는 글동무들도 있고요. 


토요일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자는 뜻에서 토요작가클럽이라고 불러요. 12월 4일 멤버 신청이 마감됩니다.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인스타그램 @juwon.kt에 DM 주시면 자세한 업데이트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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