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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Dec 13. 2020

인류 최후의 생존자

습작소설

2320년 12월 5일. 소행성 "999248 비네이"가 지구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주일 후에 지구와 궤도가 겹치면서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사(NASA)와 천문학계 권위자들은 충돌할 확률이 235,800 분의 1로 희박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구인들을 안심시켰다.


그날로 인터넷에서 생필품 주문이 폭주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오프라인 매장은 2220년경 모두 문을 닫았다. 지금은 100% 인터넷에서 주문을 한다. 근거리에는 로봇이 물건을 배송하고, 원거리는 드론이 배송한다. 


쌀, 밀가루, 고기, 통조림 등 먹거리는 물론 화장지도 순식간에 품절이 되었다. 많은 회사들의 쇼핑 사이트가 폭주하는 주문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하늘에는 셀 수없이 많은 드론이 새 떼처럼 날아다니고, 땅에는 배송 로봇들이 분주히 이동했다. 


12월 11일. 충돌 예상 시점이 24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나사에서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구인들은 두 패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충돌 확률이 희박하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른 그룹은 소행성과의 충돌 확률이 로또 확률인 8백만 분의 1이나 번개에 맞을 확률인 6백만 분의 1 보다도 훨씬 높다는 생각 때문에 패닉 상태로 들어가 있었다. 


나사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소행성과의 충돌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핵미사일을 쏴서 소행성과의 궤도를 바꾸는 방안이 제기되었으나 반대로 실수할 경우 충돌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다른 가능한 방안들이 모두 검토되었으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실행할 수 없었다. 


나사에서는 최신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충돌 확률이 235분의 1일로 급격히 오른 것을 알고 절망에 빠졌다.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외부로는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12월 12일. 소행성 "999248 비네이"가 지구와 충돌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소멸되었다. 


2321년 1월 1일. 우주비행사 혁민은 화성에서의 꿈같았던 6개월간의 휴가를 마치고 1인용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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