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때

by 개발자채

링크드인을 보다가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핀란드인 친구가 유명 대기업에 개발자로 취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 밝고 에너지 넘치며, 항상 열심히였던 친구라 진심으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그 회사 견학을 갔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그 친구는 그 회사에서 일하던 교수님께 준비한 이력서를 보여주며, 인턴 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다른 부서의 동료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네트워크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묵묵히 한 걸음씩 쌓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 허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그 친구가 그 회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축하하는 마음 한켠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낯선 땅에서의 고군분투가 문득 마음 깊숙이 내려앉았다. 나는 여전히 맨땅에 헤딩하듯, 매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개인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하나하나 인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 친구의 합격이 마냥 부럽기보다는, 누구에게는 유난히 길이 더 쉽게 열리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그 감정의 뿌리는 비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생에서는 이런 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누군가는 나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높은 연봉을 받고,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룬다. 마치 세상이 내 노력을 좀처럼 알아봐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금의 상황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쉽게 풀리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그 과정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우여곡절이 결국 빛을 발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한때 오디션에서 “배우로서 충분히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낙방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힘들면 ‘아 너무 힘들다…’ 이런 성격이 아니고, 얼마나 더 잘되려고 이럴까 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하면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똑같은 상황도 결국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시절 천우희 배우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객관화하고 비숫한 나이 또래의 배우들에 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정리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같은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나을 수 있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조금 시선을 바꿔 현상황을 보니 나의 정리하고 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


적게는 400명, 많게는 600명이 넘는 경쟁 속에서 이제는 거뜬히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게 되었고, 현지인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기술 문서 작성을 통해 보완하며 문서화 능력을 키워왔다. 기술 문서 작성 및 보완을 통해 팀원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산업군의 크고 작은 3곳의 회사에서 일하며 나에게 맞는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문화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뷰에 참여할 때는 단순히 평가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성장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인지 를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긴장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기업에 합격한 친구에게서도 배운 점이 있다. 채용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 그 친구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어떤 말을 해도 재밌는 성격이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다. 아마 그 강점이 좋은 인연을 만들고, 기회를 더 쉽게 끌어올 수 있게 해줬을 것이다. 반면, 나는 내향적이지만 꾸준함이라는 강점이 있다. 내가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내 경험을 공유하고, 배움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어려움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정리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하루하루의 경험이, 언젠가 나만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으니까. 그리고 그런 믿음이 결국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chea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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