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멘텀 Jan 14. 2016

[나의 영화일기] 영화 YOUTH(유스)

YOUTH (유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어쩌면 산다는것은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일상으로부터 떠나 휴가를 즐기려고 스위스의 휴양지를 택한 사람들. 영화의 무대는 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이다. 그들은 평소 일상과는 다른 사람들,  장소, 사건을 만난다.  호텔에서 며칠간 머물렀다  투숙객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휴양지일것이고  잠시 투숙객이 되어 언젠가는 영원한 잠을 자러 옮겨지겠지.


'유스' 영화를 감독한 이태리의 파올로 소렌티노는 40대 중반이다. 그는 젊음을 지나 노년의 삶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언어로 철학적 울림을 담아낼 수 있었는지 감탄했다.  요즘  세대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가 트랜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이슈를  부르는 소재를 넘어 과거의 젊음과 현재의 노년을 담담히 응시한다.   감독 자신이 젊음과 노년의 중간 지점에서, 마치 자신이 지내왔던 청년과  미래의 노년에 대해  말을  걸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 그대여! 일생에서 사랑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봐. " 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귓속말을 해줄것 같기도 하다. 노년의 시점에서 젊음을 추억하며, 대면하며, 관찰하며, 때론 지그시 놓아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80세를 넘은 두 남자 노인.  한 남자는 은퇴한 유명한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프레드 밸린저. 또 한 남자는 영화감독인 믹.  둘은 오래된 친구 관계이다. 그 두 노인은 젊음의 행적을 반추하며, 현재 노년의 고민을 공유하며 지낸다.  프레드 밸린저의 딸 '레나'가 아버지의 비서로 일한다.   레나는 아름답고 유능하지만  결혼의 실패를 겪은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믹'은 노장 감독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영화의 각본 작업을 하는 중에 있다. 청년 '지미' 는 헐리우드 스타로서, 다음 영화에 출연할  맡은 역에 대한 구상으로 고심하고 있다. 여배우로 전설이 된 노년의 '브렌다' 는 믹에게 닥쳐올 위험한 거절을 던지고 떠난다. 다섯명의 캐릭터로 분한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빛을 더해준다.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 폴 다노 그리고 제인 폰다 배우들.


영화에서  중요한 기제로 사용하는 노래 'Simple Song' 은  영화 초반부터 결말까지 계속 언급된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예요.' '그렇지?' '사랑하고 있을때 만들었거든.' 짧은 대사가 가진 의미는 묵직하게 다가선다. 프레드 밸린저가 작곡한 이 곡은 병에 걸려 병원에 있는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관련이 있다. 영화 초반에 '심플 송'을 개인적인 이유로 연주하지 않겠다는 의문이 서서히 풀린다. 음악이 자신의 전부인것으로 살아 왔다라고  말한 프레드 밸린저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뒤늦게 깨닫는다. 영화 말미에 한국인 성악가 조수미는 'Simple Song' 을 프레드 벨린저의 지휘로 부른다.  그 음악과 그의 지나온 세월이 오버랩 되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사방이 흰색으로 꾸며진 무대 배경과 어울려 관객에게  선사한다. 음악이 멈춤과 동시에 프레드 벨린저의 표정을 보여준 후, 믹의  간단한  제스츄어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여러 쟝르의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청량감을 느꼈고,  절제된 대사 내용에 집중해서 감상함으로 몰입의 즐거움은 굿! 다소 호텔내부의 화려한 씬과 볼거리도 충분했다. 또한 스위스의 자연 풍광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향연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반면에 벨린저와 짐이 들판을 거닐면서 대화하는 내용에서 일과 사랑의 고민을  내어놓는다.  또한  관객과 특별한 소통을 원한 듯  장면마다  절제된 심미안의 감각과  차별화한 이미지를  담은 영상은  매력 포인트.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다른 작품인 '그레이트 뷰티' 도 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연출했지만, '유스' 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촛점을 두고 무게를 실은 스토리 전개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상미와 음악도 전작에 비해  잘 차린 정식 만찬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은 프레드 벨린저역 캐스팅 과정에서, 꼭 마이클 케인이 맡을것을  염두하고 연출했다고 한다. 또한 마이클 케인은 프레드 벨린저랑 본인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인물 구상에  많이  고심했을거라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에서 파올로 소렌티노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또한 예술영화 '유스'는 현대인의 삶에 비추어,  일(직업)과 사랑에 대한 균형을 되짚어 보도록 한다.  명지휘자로 성공한 한 가정의 아버지 프레드 벨린저 옆에는  아내와 딸의 상처가 놓여 있다. 영화감독 믹은 여배우들과의  마찰로 심기가  편하지만은 않았으리라. 그리곤 그는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다고 말한다. 그후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한 후에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벨린저는 은퇴를 한 뒤 새로운 출발인 연주를 택한다. 믹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새로운 영화 구상으로 고민끝에 생의 낭떠러지를 택한다.

절친이었던 노년에 접어든 두 남자의 황혼 말기 생의 전환점은 다르다. 특히 영화감독 믹의 충격적인 선택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것으로  관객에게 숙제를 남긴것이다. 불편한  용기가  필요하리라.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떤 대상(꼭 사람이 아니라도)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는 한 그 사람은 청춘 (Youth) 이야"  라고 넌지시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Simple Song 의 의미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는 두 노인이 주역이다. 때때로 그들은 젊음의 육신을 바라보게 놓아준다.  그들에게도 청춘의 시간이 존재했던 것이다. 단지 지나갔을 뿐.


사무엘 울만의 <청춘> 시 중 한 귀절로 맺을까 한다.

" 나이를 더해감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림으로 비로소 늙어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