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커피 소비량'이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 보면,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자료는 커피의 총 수입량으로 산정하는데(커피 생산지를 제외한 국가에서 자생하는 커피나무의 수확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하여 이제는 거의 3kg, 그러니까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를 10g이라고 거칠게 환산하면 1년에 약 280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주말을 제하고 하루에 한 잔을 꼬박꼬박 마신다는 뜻입니다. 카페인에 민감하여 커피를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감안하면, 누군가는 하루에 두 잔 세 잔씩을 마신다는 뜻도 됩니다. 정말 놀랍지요?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 중 인스턴트커피를 빼고 나면 한국인이 마시는 커피 양이 반토막 난다는 겁니다. 이는 주요 커피 수입국을 조사해 보면 명백히 드러납니다. 지난 몇 년간 테이크아웃 카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인스턴트커피의 주 재료인 베트남산 커피가 전체 수입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원두는 어디로 간 걸까요? 네, 여러분의 사무실에 비치된 'M심 *카골드'가 되어 있을 겁니다(*카골드가 아니라 화*트골드라구요? 오늘 이야기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넘어갑시다 :-P). 이쯤 되면 '풉, *카골드도 커피인가?'라는 실소를 뱉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카골드는 굉장한 커피입니다.
인스턴트커피는 공장에서 톤 단위로 대량 생산됩니다. 여느 커피와 마찬가지로 로스팅을 한 뒤, 추출기를 통해 커피액을 뽑습니다. 그런데 한 번 뽑힌 커피는 맹렬한 속도로 향기와 맛을 잃기 때문에, 인스턴트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급속 냉동을 통해 그 향을 보존해야 합니다. *카골드의 생산자인 ㄷㅅ식품의 동결건조 기술은 거의 업계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동남아 여행 기념으로 커피믹스를 구입하거나 받은 경험이 있다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뒷맛이 너무 텁텁해서 껌을 부르는 그런 맛이죠 :-P
그뿐만이 아닙니다, 식물성 크리머로 크림이 들어간 커피믹스를 개발한 것도, 프림이나 설탕의 양을 조절 가능하게끔 층을 나누어 포장한 것도, 뜯기 쉽게 포장에 땀선을 그은 것도 가장 먼저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끊임없이 맛을 연구한 건 기본 중 기본이죠.
개발자로 살다 보면, 가끔은 정말 간지나고 멋진 코드를 만들고 싶을 겁니다. 사실 그런 욕심이 없으면 개발자로 오래 밥 먹고살기가 힘들겠죠. 하지만 좋은 코드가 꼭 좋은 제품이 되는 건 아닙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소박해 보이는 기술로 성공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공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배어 있습니다. 반면 최신 기능들로 무장한 32비트 컬러 똥도 있습니다. :-P 여러분의 코드가 세상의 빛을 보려면, 아메리카노 같은 프로그램보다는 *카골드같은 프로그램이 더 유리할 겁니다.
p.s.) *카골드를 자꾸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카골드를 모*골드라고 쓸 뻔했습니다. 휴...
p.s.2) 군대에서 축구하는 게임 개발하는 이야기 분량이 너무 적어 죄송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