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즈의 계산된 과감함
마케터 다이어리의 첫 포스팅은 제가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탬버린즈입니다. 최근 오픈한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1, 2,3층을 과감하게 비운 콘크리트 구조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었죠. 물론 아이아이컴바인드 (탬버린즈의 모회사) 가 워낙 전위적인 매장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회사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한술 더 떠 땅값이 비싼 곳에, 일반적으로 가장 비선호되는 지하 1층에만 매장을 만들고 금싸라기 같은 지상층을 모두 비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외벽도 안 세우고 뼈대만 남겨 마치 '미완성'이라는 부제의 완성된 추상화인 것처럼 마무리했습니다. 일반적인 상가/쇼룸 건축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숴버린 겁니다.
탬버린즈 공식 입장에 따르면, 기획의도는 "콘크리트 골조만 남긴 채 웅장함을 보여주는 성수 건축물은 탬버린즈의 단단한 도전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건축물은 무엇이 우리에게 깊은 영감이 되는지 집중하고 이 자체로 의미 부여를 하였습니다 “라고 하는데요.
해당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인스타 감성 찾다가 뼈대만 남았다" "곧 무너질 것 같은 게 감성이라니" 등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고 "성수에 있어서 더 멋있다", "과하게 디자인한 것보다 훨씬 더 눈에 띈다" 등의 반응도 있습니다. (소비자 반응 출처: 인사이트 2023. 11.24 일자)
탬버린즈는 왜 뼈대만 남은 건물을 세웠을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탬버린즈의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감성이 아닌, 철저한 이성과 계산에 기반한 디자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흉물스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주목할 점은 바로 맞은편에 세상 화려한 디올 매장이 있다는 것이죠.
탬버린즈가 돈을 쏟아부어 휘황찬란한 건물을 올린다 한들 세계 최고의 명품 그룹인 LVMH 그룹보다 고급스럽고 심미적으로 아름답긴 어려울 겁니다. 그저 학교 최고의 퀸카 옆에 서있는, 열심히 치장한 덜 예쁜 애처럼 보일 따름이겠죠. 하지만 미인대회에 나가면서 아예 파격적으로 머리를 다 밀어버린다면요? 아니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이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만 끌고 나온다면? 분명히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치 미인대회라는 세속적인 경쟁에 초월한 고상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하죠. (실제로는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는 거지만)
심지어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최선을 다해 경쟁해도 모자랄 때에 저렇게 무심하게 등장하는 자신감과 배짱이라면 쟤한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닐까?'
이게 바로 탬버린즈의 숨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디올의 맞은편이라는 위치는 굉장히 계산되고 의도된 것처럼 보이거든요.
1. 디올의 앞자리에 유사한 규모의 매장을 냄으로써,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급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자.
2. 디올보다 화려할 수 없다면 파격으로 승부해서 기억에 남자. (차별화)
3. 그 '파격'을 구현함에 있어서 상업 브랜드로서의 기본인 '면적 당 매출 효율'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걸 보여줘서 우리가 얼마나 명품처럼 금전과 마인드 모두 여유롭고 배짱 있는 브랜드인지를 보여주자.
개인적으로는 이 건물을 지나칠 때마다, 강렬한 브랜딩을 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탬버린즈의 과감함과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져서 여러모로 영감을 받곤 합니다. 대중의 반응이 엇갈리지만 어쨌든 화제성 하나는 확실하게 잡았다고 보여 지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성수동에 가시면 꼭 한번 들러보시고 의견 나누어주세요 :)
마케터 다이어리:
훌륭한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하고 제가 느낀 점들을 나눕니다. 의견은 다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