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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May 04. 2023

부모욕심

학원지옥

“여보. 아들, 미술학원은 어떡할까?”

“아. 재밌어하던데”

“그래? 그럼 일단 미술은 계속하는 걸로 하자.”


아들이 최근에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원래 다니던 학원들을 정리하던 중

나누던 대화다.


한글도 아직 못 뗀 아들을

영어학원을 보내자니

돈도 돈이거니와,

뚜렷한 교육 철학 없이

그저 남들 다 보내니,

따라 보내는 것 같기도 해서

지난 일 년간을 버티다

최근에서야 근처 영어학원

오후 반에 일단 한 달만 보내보는 것으로

부부가 합의?를 봤다.


사실 아직 나는

이게 맞나 긴가 민가 하지만

일 년을 지켜본 바,

아들이 영어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 같길래

이번에는 내 뜻을 살짝 굽혀

집사람 뜻에 따르기로 했다.


영어학원에 다닌 지 이제 2주째

오늘은 영어학원이 끝난 뒤,

미술학원을 가는 날이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학원버스를 기다린다.


마침 제시간에 버스가 도착하고,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아들이

내린다.


영어학원에 보낸 뒤,

습관처럼 아들에게 던지는 질문

“아들, 오늘은 어땠어? 재밌었어?”


“응”

“그래? 좋네. 오늘은 미술학원 가는 날이라,

 바로 아빠 차 타러 가자. “

“안돼. 집에 가서 이거 뜯고 갈 거야 “


손에 뭔가를 잔뜩 쥐고 내리더니,

자세히 보니 내일이 어린이날이라고

학원에서 선물을 미리 준 모양이다.


“미안. 시간이 별로 없어서. 차에서 뜯으면 안 돼? “

“안돼 집에 갈 거야 “

“안 되는데”

“…그럼 차에서 좀 있다 갈래“

“아 그래. 차에서 뜯고 먹고 가도 돼.”

그제야 발걸음을 옮기는 아들.

당장 먹고 싶었나 보다.


아들을 태우고 미술학원으로 가는 길에서,

“아들. 미술 하는 건 어때? 재밌어??”

“아니, 재미없어.”

과자 봉지를 열심히 뜯더니,

입에 미쯔를 한가득 털어놓고는

툭 던지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는 건 왜일까.


“진짜? 진짜 재미없어?”

“응. 가기 싫어.”


‘아뿔싸.’

“그래?. 그럼 일단 오늘만 가 보고 그래도 정말

재미없으면 그만하자. “


듣는 둥 마는 둥, 아들의 눈과 손은

과자봉지를 뒤지는 데에 바쁘다.


다행히,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아들을 학원에 들여보내고

이런 사정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이런 반응이다.

“그건 아닐 거야. 그냥 오늘 가기 싫었을 것 같은데.”


카페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아들 입장에서도 힘들겠다 싶었다.


재밌냐고 계속 물어보는 아빠도

이제 집에서 편히 과자나 먹으려고 했지만

또 학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아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시켜 주기 위해

욕심내어 이것저것 시키고는 있지만


이것도 다 부모 욕심인가 싶다.


미안하다 아들아

그래도

결제한 게 있으니,

5번만 더 가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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