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적당히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냥 주저리 말을 늘어놓자면, 나는 신용카드가 있다. 어쩌다 보니 갑작스러운 기회에 만들게 되었는데 은근히 도움이 되기도 때론 교훈도 많이 얻곤 했다.
도움이라 하면 생활비가 부족할 때 '다음 달의 나'를 믿으며 신용카드를 주저 없이 캐셔에게 내민 것이고, 교훈이라 하면 '다음 달의 나'를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더 많았지만, 이런저런 수입 없이 신용카드를 쓰는 건 역시나 큰 부담이었다. 더군다나 할부의 유혹은 엄청났다. 돈을 나눠서 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었다.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내가 엉망으로 살았구나란 걸 느꼈다. 이곳저곳을 찾아가야 되는 일들이 많아졌고 거기에 맞춘 옷들이 필요해졌다. 셔츠 한 개 청바지 두 개 정도로 살아가던 내게 인생의 위기가 온 것이었다. 급하게 옷을 사고 구색을 맞추려다 보니 그때 내 손안에 쥔 신용카드 할부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큰돈을 나눠서 달마다 값는다는게 쉽진 않았다. 핸드폰 비도 걱정돼 죽겠는데 내야 될 돈이 더 늘어난다는 건 심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이러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는구나라고 생각도 했다. 마이너스, 소액 대출 등을 알아보고 법률과 연이자율을 찾아보는 내 모습을 보니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벌써 서울대는 갔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인생은 요지경이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살다 보니 어느샌가 나는 돈을 다 갚고 있었다. 그만큼 생활이 피폐해진 것 같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나쁘지 않게 나를 컨트롤했다. 괜히 내가 대견했다.
오랜만에 와서 고작 쓴다는 이야기가 신용카드와 할부다. 참 나도 별나다.
다음엔 더 괜찮은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