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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호 Jul 19. 2017

01 남의 집을 가로챈 탈해왕 ①

남의 공을 가로채고싶으면 호공의 집을 빼앗은탈해왕의 간교함을 배워라

신라는 박씨, 석씨, 김씨가 번갈아가면서 왕을 한 나라다. 처음에는 박씨가, 두 번째는 석씨가, 세 번째는 김씨가 왕을 했다. 신라 제17대 내물왕 이후부터 신라 말기 3명의 박씨를 제외하고 김씨가 왕위를 이어갔다. 석씨는 제4대왕 석탈해(재위 : 57~80) 때부터 등장한다. 석탈해는 바다 건너 용성국에서 건너왔는데, 그가 신라로 왔을 때는 토착세력인 박 씨 세력이 있어서 왕이 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토착세력 밑에서도 자신만의 힘을 키워 신라의 제4대 왕이 된다. 이후 석씨는 탈해를 포함하여 총 8명의 왕을 배출한다. 

이렇게 토착세력도 아닌 탈해가 왕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탈해가 박 씨 세력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탈해는 어떻게 박 씨 세력의 신임을 받았을까? 


회사의 CEO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 성공을 위하여 사전에 각종 위험(Risk)을 점검한다. 직무 별로 전략, 회계, 세무, 법무, 노무, 언론, 그 외 대정부와의 관계에서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을 사전 점검한 후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CEO는 관련 부서에 의견을 내놓으라고 지시하고, 지시 받은 부서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여 상부에 보고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한 개 팀이 여러 직무를 수행하므로 단일팀이 의견을 정리하여 CEO께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규모가 큰 기업은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 보통은 한 개 팀이 하나의 직무를 맡는다. 이런 경우에는 CEO가 개별 부서로부터 일일이 보고를 받는 것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부서가 주무부서가 되어 여러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서 정리한 후 보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회사는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기획팀이 주무부서가 되어 유관부서로부터 각종 위험(Risk)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후 CEO께 보고한다. 즉, 기획팀은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각종 위험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유관부서에 요청한 후, 유관부서별로 의견이 도착하면 그 의견을 모아 CEO가 보고받기 좋게 깔끔하게 정리한 후 보고 일자를 잡아서 보고하는 식이다. 

하루는 회사에서 OO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였다. CEO는 기획 담당 상무에게 예상되는 각종 위험을 정리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기획 담당 상무는 기획팀장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업무 지시를 받은 기획팀장은 이번 OO사업에 대하여 유관 부서로부터 의견을 모아 정리하는 일을 김부장에게 맡겼다. 유관 부서에는 법무팀도 있다. 그런데 김부장은 유관부서에게 메일을 보낼 때 법무팀을 빼고 메일을 보낸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기획팀장,

“김부장! 유관부서에 메일을 보낼 때 왜 법무팀을 빼고 보내지?”

팀장의 질문을 받은 김부장은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팀장님! 굳이 법무팀 의견은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이 건에 대하여는 제가 법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김부장은 법에 대해서 비전문가인데, 법무 관련 쟁점(Issue) 사항을 이번 보고서에 포함시킬 수 있나?”

“물론입니다.” 김부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김부장 생각대로 진행해!”

기획팀장은 김부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기에, 김부장의 의견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들어 주었다.

사실 김부장은 재무 전문가로 법무 업무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김부장은 OO사업이 추진될 거라는 정보를 사전에 들었고, 그 즉시 입사 동기인 법무팀의 이부장에게 법무 쟁점(Issue) 및 해결 방안을 물어봤다. 김부장과 절친인 이부장은 김부장에게 쟁점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김부장은 이부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잘 정리해서 자신의 지식인 양 보고서에 일목요연하게 기재하였다. 

그 보고서를 본 기획 담당 상무는 재무통인 김부장이 법무팀의 지원 없이도 법무 관련 쟁점을 정리한 것에 대해서 깜짝 놀랐다.

“김부장! 정말로 이 보고서의 내용이 본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야? 이 내용이 정말로 맞는지 법무팀장에게 한 번 확인해봐야겠네. 만일 법무팀장이 맞는다고 하면, 김부장은 재무와 법무 지식을 두루 갖춘 진정한 실력자네. 장차 회사의 CEO 감이야.”

기획 담당 상무는 그 자리에서 법무팀장을 불러 보고서 내용의 오류 여부를 확인했다. 보고서상 법무 쟁점 사항 및 해결 방안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한 기획 담당 상무는 그 자리에서 김부장을 극구 칭찬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김부장이 칭찬을 받은 이유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포장해서 나온 것이다. 김부장의 행동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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