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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호 Sep 24. 2017

06 해외출장 연장법①

해외 출장을 연장하고 싶으면 상위 조직을 핑계댄 충렬왕의 순발력을 배워라

 13세기 고려.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몽골은 작은 반도국가 고려도 그냥 두지 않았다. 30여 년간 7차례나 고려를 침입하면서 고려의 전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백성들을 죽이거나 몽골로 끌고 갔다. 고려 조정은 몽골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수도를 개경(오늘날 개성)에서 강화도로 옮기면서 장기전에 들어갔다. 당시 고려 국왕은 제23대 고종(재위 : 1213∼1259)과 그의 아들 제24대 원종(재위 : 1260∼1274). 그들은 무신정권 하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 허수아비였는데, 몽골의 침입은 역으로 무신정권에 빼앗긴 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종은 왕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태자 전(훗날의 원종)을 몽골에 보내 강화를 청했는데, 그 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여, 태자 전이 귀국하여 왕(원종)이 된다. 원종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왕권을 되찾기 위하여 몽골과의 강화정책을 추진하고, 아버지처럼 태자 심(훗날 고려 제25대 충렬왕)을 몽고에 보내 국교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몽고와의 화친정책이 계속되자, 많은 무인들은 이에 반발하였고, 급기야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 실력자인 임연은 원종을 폐위하고 동생 안경공 창을 옹립하였다. 이 때 충렬왕(태자 심)은 몽골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려 안에서 이 소식을 듣고 충렬왕은 어떤 선택을 할까?   


  

 회사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해외 출장을 꿈꾼다.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숱하게 국내외를 오가지만 그들을 제외한 많은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은 그림의 떡이다.

 A사 회계팀에 근무하는 김차장과 법무팀에 근무하는 박차장. 그들은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지 않다. 회계팀은 손익 마감, 결산 업무가 많고, 법무팀은 계약서 검토, 소송 수행 등의 일이 많아서 업무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가끔 외근과 출장이 있지만, 국내만 빙빙 도는 경우가 많다. 외국 구경은 해외 법인을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등 M&A 가 발생하거나 법인 신규 설립, 청산 등의 일이 발생할 때만 가능하다. 늘 사무실에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업무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그러다 또 한해가 지나간다.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만 바라보면서 늙어가는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진다. 

 우연히 김차장과 박차장에게도 호주 출장의 기회가 생겼다. A사가 해외 자회사인 B사(본점은 호주에 있음)의 지분을 C사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B사를 정밀 분석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B사의 특정 시점 순자산을 기준으로 매각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B사에 대한 재무 실사가 필요하다. 또한 B사의 법적 위험 요소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사에 대한 법무 실사도 필요하다.. 

 A사의 경영지원 담당 K전무는 회계팀장과 법무팀장에게 현장 지원을 위한 출장자 선정을 명했고, 그들은 각각 김차장과 박차장을 출장자로 지명했다.

 김차장과 박차장은 자신들이 호주에 출장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둘은 사무실의 달력을 하루하루 지우면서 출장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출장일. 집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평소와 다르게 날아갈 듯이 가볍다. 똑같은 바람이 불어도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맞는 바람은 출근길에서 맡았던 바람과는 비교가 안 되게 신선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공기는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상쾌하다. 이 모든 것들이 사무실 근무와 비교하는 것이 불필요할 정도로 즐겁다.

 회계팀장과 법무팀장은 김차장과 박차장에게 각각 호주에서 3일만 체류하고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차장과 박차장은 해외 출장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윗사람들은 원래 직원들이 노는 꼴을 못본다. 차장 직급 정도 되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 터라, 그들은 빡빡한 출장 일정을 이겨내야 한다.

 김차장과 박차장은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로 B사로 직행한다. B사에서 서류를 꼼꼼히 점검하고 보고서 초안을 만들다 보니 허락받은 3일이 번갯불처럼 지나간다. 둘한테 3일은 3시간보다 짧게 느꼈졌다. 이렇게 빨리 사무실에 복귀해야 할 줄이야. 둘은 머리를 맞대고 출장 기간을 연장해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어떻게 하면 출장 기간을 늘려서 쇼핑도 하고 가까운 관광지도 구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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