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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호 Sep 30. 2017

07 이방원의 기다림 ①

보직이 없을 경우 이방원으로부터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배워라

 1392년 조선 건국. 이방원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하지만, 아버지 이성계(조선 태조, 재위 : 1392∼1398)는 이방원을 외면한다. 고려의 거목 정몽주를 잔인하게 죽였다는 명목이었다. 이성계는 세자를 책봉하는 과정에서도 이방원을 외면했다. 많은 신하들은 조선 건국에 대한 공로를 감안한다면 이방원이 세자 자리에 오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성계는 이마저도 외면한다. 8형제 중 가장 막내인 방석에게 세자의 지위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방원한테는 조상들의 묘를 돌보라며, 동북면(지금의 함경도 지방)으로 보낸다. 계속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나 주변을 맴돈다. 이후 이방원은 어떻게 될까? 

    

 현대 기업 세계에서는 M&A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주주는 경영권 방어, 자신의 재산 방어, 기타 자신의 기업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M&A를 시도한다. 이 경우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들은 자신의 소속회사가 바뀐다. M&A 중 합병이나 다른 회사의 사업부를 양수하는 영업양수의 경우는 종업원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내가 주인인 상태에서 다른 회사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오는 것과 같으니, 내가 텃새를 부릴 기회도 생긴다. 반면 회사가 분할을 시도하거나 특정 사업부를 매각하는 영업 양도를 추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할이나 영업양도의 경우 경영진의 이동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회사 관리부서, 즉, 전략팀, 인사팀, 재무팀의 직원들도 보통 이동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업부서에 소속된 영업사원, 해당 영업부서의 관리사원 들만 소속 회사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A사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선택과 집중을 위하여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다. 그 표적은 화장품 판매 사업부가 되었다. 회사는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하여 화장품 판매 사업을 같은 그룹(법률적 용어는 ‘기업집단’이라 한다.)의 계열사에 팔고, 그 돈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판매의 방식은 영업양도로 결정되었다. 화장품 판매 사업부에 소속된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회사의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략실 K상무는 화장품 판매 사업부 직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했다.

 “이번에 여러분의 소속회사는 바뀌지만, 멀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Z그룹의 B사로 가는 것입니다. B사나 우리 A사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도 똑같은 Z그룹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손해 보실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경영진의 말을 수긍할 수가 없다.

 “K상무님! 질문이 있습니다. B사의 신용등급은 B+로 우리 A사의 AA보다 낮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우리 회사보다 못합니다. 더 나아가 B사의 급여는 우리 A사보다도 작습니다.”

 “물론 그런 문제는 있지요. 하지만 우리 A사는 사업이 너무 다양하여, 화장품 판매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우리 A사보다 조금 작지만 화장품 판매 사업을 집중할 수 있는 B사가 여러분의 뜻을 키우는 데 훨씬 좋을 것입니다. 가서 B사를 크게 키우고 돈도 많이 버세요. 여러분들께서 회사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분의 급여는 3년간 우리 A사와 똑같이 맞추기로 했습니다.” 

 K상무는 이렇게 달래지만 직원들은 전혀 위로가 안 된다. 아무리 급여를 3년간은 맞춰준다고 하더라도 B사에 입사하는 순간 각종 복지 혜택(경조금 지원 금액, 차량 보조금, 기타 그 회사의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이 날아간다. 더 나아가 직원들의 대출 금리도 올라간다. 금융권은 그 회사의 신용 등급 등을 보고 직원들의 대출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업집단이라도 금융권 입장에서 A사와 B사는 전혀 별개의 회사일 뿐이다. 따라서 A사 직원이 B사로 이동하는 순간 직원들의 금전적인 손해 발생은 불가피하다. K상무의 말은 단지 사탕발림일 뿐이다.      

 화장품 판매 사업부의 직원들은 이러한 점을 여러 차례 이야기하여 불만을 토로해도,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A사는 B사와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직원들을 강제로 B사로 이동하는 것에 동의하라고 강경책을 쓴다. 이에 겁먹은 직원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영업양도에 동의하고 B사로 이동했다. 동의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대기발령을 냈다.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회의실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아무 일 없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 그것을 겪어 보지 않은 직원들은 그 고통을 모른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토익 공부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학생도 아닌 직장인이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영어 공부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튼 대기 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회의실에 감금 아닌 감금 상태로 각자 할 일을 하며 있다. 이렇게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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