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현호 Mar 24. 2016

업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최영 장군처럼 역효과를 볼 수 있다.

1380년대 후반 고려 조정에서는 한바탕 대논쟁이 벌어진다. 요동정벌을 강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대신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원의 패자 명나라를 응징하기 위하여 요동을 정벌하자는 최영 장군의 주장에 대해, 신흥 무인 세력인 이성계 장군은 요동정벌을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면서 4불가론을 내세운다. 

 첫 번째,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두 번째, 농사철인 여름에 군사를 동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세 번째, 온 나라 군사들이 요동 정벌에 나서면 남쪽에서 침범하는 왜구들의 공격에 대비할 수 없다.

 네 번째, 장마철인 까닭에 활에 입힌 아교가 풀어질 수 있고, 군사들 간에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우왕의 장인이면서 군부의 수장인 최영 장군은 이성계 장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동정벌을 강행한다. 조민수 장군과 당대 최고의 무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성계 장군을 좌우도통사로 삼아 5만 군사를 주면서 요동으로의 진군을 명한다. 

 어쩔 수 없이 출정하게 된 이성계는 압록강에 있는 위화도에 진을 치며, 요동을 건너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성계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장마철이라 강물이 불어 압록강을 건너는 것이 쉽지 않았고, 연일 내리는 비에 군사들이 하나 둘씩 전염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진군이 여의치 않자 이성계와 조민수는 위화도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최영에게 회군을 건의한다. 하지만 최영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성계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위에서는 진군하라고 하는데 아래에서는 회군을 요청하는 부하장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고민한 이성계는 최영의 기대를 저버리고 칼끝을 명나라가 아닌 고려 조정으로 돌린다. 당시 회군은 명령 불복종에 따라 참형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이성계는 이를 강행했다. 

최영은 왜 그렇게 요동정벌을 반대한 이성계에게 군권을 맡겼을까? 그 말고도 최영의 지시를 따를 만한 장군이 없었을까?




 K상무는 네 개의 팀을 거느리는 본부장이다. K상무는 자신의 본부가 수행 중인 국내 사업을 해외에서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K상무는 고심 끝에 네 명의 팀장 중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난 1팀장에게 이 일을 맡기며 해외 진출을 지시했다. 

하지만 1팀장은 생각이 달랐다. 국내와 해외는 사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진출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성계의 4불가론처럼 해외 진출 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반대했다. 

첫 번째, 우리의 사업은 환경 규제 산업이며, 국내에서도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는데, 해외라고 규제가 완화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해외 사업을 철수하려면, 공동으로 지분 투자한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상대방 주주가 국영기업일 경우 해당 국가의 승인까지 필요하므로, 철수가 쉽지 않다.

세 번째, 인건비를 줄이려면 파견 인력을 써야 하는데, 현지 법상 파견 인력을 쓸 수 없다. 정규인력을 쓰면 고정비가 늘어나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네 번째, 이익배당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하므로 상대방 주주의 협조 없이는 배당금회수가 불가하다.

이렇듯 1팀장은 해외 사업 진출을 강력히 반대했지만, K상무는 경영진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해외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1팀장이 반대할수록 더 강하게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1팀장. 그는 재빨리 우군을 형성한다. 우선 전략부서에 이 내용을 알려 사업에 대한 전략적 성공 가능성을 낮게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재무부서에 연락하여 IRR이 낮게 나온다고 하였다. 특히 기업가치평가(Valuation)의 전제가 되는 가정(Assumption)을 너무 장밋빛으로 설정하여 미래 가치가 상당히 부풀려졌음을 지적해달라고 했다. 또한 현지 국가의 노동법상 반드시 정규직을 고용해야 하는데, 가정(Assumption)에는 인건비를 파견 인력 수준으로 설정하여 기업가치평가(Valuation) 금액의 왜곡이 심함을 알렸다. 만일 무리해서라도 파견 인력을 고용하면 현지 국가 노동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이 내용이 언론에 알려질 경우, 회사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음도 알렸다.

 이러한 1팀장의 노력은 나중에 결실을 보았다. 투자심의에서 각종 Risk를 점검한 경영진은 사업 추진 건의를 반려했다. 해외 사업을 개시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던 K상무는 한동안 동료 임원들의 수군거림을 피하지 못했다. 

 이때 이를 아쉬워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2팀장이다. 2팀장은 1팀장에게 업무성과에 밀려 이를 만회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 K상무가 해외 사업 추진을 계획하자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K상무는 다른 사업이 아닌 해외 사업이라 2팀장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부담스러워 업무 역량이 뛰어난 1팀장에게 맡겼다. 하지만 K상무의 바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K상무가 1팀장이 아닌 2팀장에게 일을 맡기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마찬가지로 최영이 이성계 대신 다른 장군에게 군권을 쥐어 주면 위화도 회군이라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점은 있다. 

일을 맡기려면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그 일을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맡기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그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나중에 뒤탈이 난다. 물론 리더의 입장에서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한 해 한 해의 평가가 자신의 수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능력만 보지 말고 그 일에 대한 열정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영 장군처럼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유신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보여주기(Show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