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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병우 Feb 24. 2019

22. 포카라에서의 휴식 둘째 날

자전거 하이킹

2/19 오늘은 자전거로 페와 호수 끝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까지 가보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내리며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트레킹을 위해서 준비한 행동식을 다 먹었기 때문에 남은 게 없다. 일단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영부영 9시가 되니 비는 그치고 날은 흐리다. 아직 이륙시간으로는 이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시계가 안 좋아서 패러글라이딩을 안 할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고 어제 하기를 정말 잘했다. 날이 흐리니 비만 안 오면 오히려 자전거 타기에는 더 좋을 듯싶어서 서둘러 가벼운 배낭을 메고 물병을 하나 챙겨서 나왔다. 호텔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나의 애마 자전거를 몰고 출발했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서 노면 충격이 바로 전립선을 가격한다. 작년 여름방학 때 중국 시안에 가서 시안성 성벽 위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았었다. 그때 그 자전거 안장은 가운데가 비어있고 양쪽에 엉덩이 받침이 엉치뼈를 받쳐주고 있어서 참 편안하고 좋았었는데, 이 마운틴 바이크는 안장이 매우 불편하다. 일단 네팔 할머니네 자전거 대여소에 가서 바퀴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었다.


페와 호수를 향해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가는데 오르막 비탈길을 나타났다. 별로 높지도 않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너무 힘이 든다. 이 자전거는 앞바퀴가 3단, 뒷바퀴가 5단인 총 15단 기어 자전거인데 앞바퀴의 제일 작은 기어가 걸렸다 안 걸렸다 하면서 잘 안 걸린다. 미리 알았더라면 할머니한테 다른 자전거로 바꿔달라고 했을 텐데 이미 늦었다. 그나마 뒷바퀴 기어는 다섯 개가 잘 걸려서 그걸로 버티며 앞으로 나아갔다. 시내 길 끄트머리를 지나면서 ‘Windfall’의 간판이 보였다. 윈드폴도 사장님이 네팔 사람인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유독 한국인 트레커가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로 네히트에서 유명하다. 돌아오는 길에 들려봐야겠다.


호수 끝 착륙장에 도착했지만 몇 사람이 뭔가를 접고 있을 뿐 패러글라이딩과 관련된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오늘 패러글라이딩은 안 하냐고 물었더니 아마도 안 할 거라고 한다. 자기들은 열기구 하는 사람들인데 오늘은 시계가 안 좋아서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장사 접느라고 풍선을 접고 있는 것이란다.


그 사람들마저 떠나고 아무도 없는 빈 착륙장에서 물풀 뜯어먹는 소만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출발했다. 어제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웅덩이에 흙탕물이 고여있는 것을 피하려다가 아뿔싸 핸들을 놓치며 넘어졌다.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다행히 손에는 반장갑을 끼고 있어서 손바닥은 무사하고 장갑만 흙탕물에 더럽혀졌다. 그래도 다친데 없이 손만 좀 더럽혀서 천만다행이다. 보는 사람도 없어서 그것도 다행이었다.


오는 길에 윈드폴에 들러서 1층 탁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청해서 마셨다. 천천히 커피도 마시고 쉬었다가 출발하려는데 아까 커피를 가져다준 네팔 아줌마가 안 보인다. 두리번거리며 아줌마를 찾았다. 의자에 앉아있던 분에게 물어보니 여기 사장님이 지금 안 계신데 오는 사람들한테 커피 한잔은 그냥 드리니까 그냥 가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서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한참을 앉아서 쉬었는데 그냥 나오기 뭐해서 성의 표시로 빈 잔 아래 50루피를 놓고 빠져나왔다.


시내로 다시 들어오다 패러글라이딩 때 찍은 사진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여행사 사무실에 가서 사진을 달라고 하니까 1시까지 CD에 담아 놓을 테니 그때 오라고 한다.


일단 여행사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공원을 둘러보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오늘은 모모 아줌마네 분식점에서 찐 모모를 먹어보기로 하고 그 집을 또 갔다. 3일 연속 출근 도장을 찍었다. 찐 모모는 튀긴 모모에 비해서 별로 맛이 없었다. 우리나라 통만두는 물기가 촉촉하게 쪄서 주는데 이 동네 찐 모모는 물기가 별로 없어서 맛이 떨어졌다. 찐 모모의 가격은 150루피로 튀긴 모모에 비해서 가격은 20루피가 쌌다. 후식은 역시 혼합 과일 라씨로 마무리했다.


여행사에서 가서 CD를 받아가지고 일단 호텔에 가서 샤워를 한 후에 빨랫감을 모아서 빨래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방문 앞에 서서 주머니 속을 한참을 뒤져봤는데도 카드키가 보이 지를 않는다. 분명히 아침에 나올 때 들고 나왔는데 감쪽 같이 없어졌다. 어디서 흘렸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트레킹 첫날 촘롱 롯지를 나오면서 전날 밤 젖은 옷을 말리느라 방안에 걸었던 빨랫줄을 그냥 놓고 나오면서 둘째 날부터는 바짝 긴장을 한 덕택으로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잃어버리는 것 없이 잘 버텨왔는데 긴장이 풀어진 모양이다. 마침 청소하던 메이드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일단 방에는 들어갔다.


빨랫감을 모아 나오면서 호텔 프런트에 내가 카드키를 잃어버렸으니 하나 새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500루피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내 잘못이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다. 내가 6시쯤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만들어 달라고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세탁소를 찾아갔다. 약 2kg 되는 빨랫감을 3시간 만에 해달라고 했더니 600루피 내란다. 6시에 찾으러 오겠다고 하고 나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빨래를 찾을 때까지 시간이 넉넉하니 오늘은 딥 티슈 마사지를 2시간짜리로 받았다. 오늘 마사지는 내 평생 받은 마사지 중에 최고였다. 하기는 내 평생에 지금처럼 트레킹에 자전거에 근육을 혹사시킨 적이 없었으니.. 마사지를 마치고 아직 빨래 찾을 시간이 안돼서 일단 호텔로 갔다. 프런트에서 새로 만든 카드키를 달라고 했더니 프런트 직원이 웃으며 자기가 내 카드키를 줏었단다. 아마도 아침에 호텔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 전에 휴지를 꺼내서 비에 젖은 안장을 닦았는데 그때 떨어뜨렸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500루피는 청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빨래를 찾아서 자전거를 반납하러 할머니네 자전거 대여점으로 갔다. 자전거를 반납하는데 빗방울이 또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굵어진다. 오늘이 포카라에서 보내는 마지막 저녁이라서 Everest Steak House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그쪽으로는 못 가겠다. 호텔 방향으로 가다가 아까 보았던 일식집이 눈에 들어와 거기서 가츠동을 시켰다. 주인에게 와이파이 비번이 뭐냐고 물으니 “가츠동” 한다. 내가 가츠동 주문한 거는 맞는데 나는 지금 와이파이 비번을 묻는 거라고 했더니 와이파이 비번이 “가츠동”이라며 내가 메뉴 선택을 와이파이 비번으로 잘한 거라나.. 비번으로 katsudong을 치니 과연 와이파이가 연결된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비가 계속 와서 한참을 식당에 앉아 노닥거리다가 비 줄기가 가늘어져서야 식당을 나왔다. 호텔에 도착해서 프런트에 가서 나는 카드키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500루피를 내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었는데 당신이 내가 잃어버린 카드키를 찾아준 것이니 이 돈은 당신한테 주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호텔 직원에게 500루피를 줬다. 포카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다시 카트만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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