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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Dec 22. 2021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청미래

_ 작가: 장-폴 디디에로랑

_ 번역: 양영란

_ 출판사: 청미래

_ 출간연도: 2014.09.18

_ 쪽수: 232쪽

_ 크기: 153*224     


#출근길 전철 안 6시 27분, 길랭 비뇰은 가방에서 낱장 종이들을 꺼내 승객들에게 들려준다. 주변 사람들이 듣거나 말거나 읽는다. 책이 파쇄되기 직전에 기계 안에 붙어 있던 몇 장의 종이를 몰래 가져와서 읽기 때문에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어느 날 모니크와 조제트 들라코트 자매가 다가와 양로원에서 책을 읽어주기를 부탁하고, 전철 안에 떨어진 쥘리의 usb를 습득한 후 낱장 종이 대신 쥘리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쥘리를 찾아 나선다.      


#장폴디디에로랑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은 신이 되는 것”이고, “신이 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작가 스스로 신나게 쓴 소설이라 그런지, 읽는 동안 계속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2010년 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하여 많은 단편 문학상을 받았는데 이 책은 그의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은 죽어 있는 살갗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편린을 찾는 과정이다. 길랭 비뇰의 삶은 체르스토르 500 속에 붙어 있던 죽어 있는 살갗을 떼서 낭독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쥘리의 석류빛 usb 속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변한다. 주인공의 서사에만 치우치지 않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애정 있게 골고루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특이한 인물들일 수도 있는데, 작가의 감각적이고 따뜻한 문장 속에서 인물들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글이 가진 힘을, 책이 지닌 힘을 작가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날들이 파쇄되기 직전의 살갗으로 남지 않기를 작가는 진심으로 바랐는지도 모른다. 길랭 비뇰이 타인에게 무심히 책을 읽어줬던 행동은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각자의 내면 상처까지도 보듬어줬다. 하지만 타인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가장 크게 변한 사람은 바로 길랭 비뇰 자신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점도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6시27분책읽어주는남자 #장폴디디에로랑 #청미래 #@batasa_mee_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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