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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Dec 22. 2021

밝은 밤

최은영, 문학동네

_ 작가: 최은영

_ 출판사: 문학동네

_ 출간연도: 2021.07.27

_ 쪽수: 344쪽

_ 크기: 145*210     


#딸 (이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동해의 작은 도시 희령으로 직장을 옮긴다. 그곳에서 20여 년간 연락이 끊겼던 박영옥(할머니)을 우연히 만나고, 이후부터 나-엄마-할머니-증조할머니 4대에 걸친 100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머니가 꺼내 온 한 장의 사진을 시작으로 길미선(엄마), 이정선(증조할머니)의 이야기부터 그들의 친구인 새비 아주머니, 희자, 명희 아줌마, 지우, 명숙 할머니까지 이야기의 실타래가 마구마구 풀어진다.      


#최은영 작가는 인터뷰에서 “책이 자신의 운명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외로운 사람의 곁”으로 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밝은 밤>은 외로운 어느 날 밤에, 다행히 나에게 잘 도착했다. “고독의 시간이 다가오면 글을 시작”한다고 하니, 가혹한 말이지만 그에게 그 시간이 빨리 찾아와 줬으면 한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지니.      


#문학동네 계간지에 실린 이야기를 책으로 묶은 <밝은 밤> 안에는 실제 게임을 즐겼던 작가의 할머니 이야기(소설에서는 캔디 크러시, 할머니는 팩 게임 봄버맨 50탄)가 녹아 있고, 박경리 작가의 <토지> 속에 잠깐 언급됐던 백정 소녀 이야기는 ‘삼천이’라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전쟁과 피란에 대한 묘사는 박경리와 박완서 작가의 글을 참고했고, 역사적 사실이 궁금할 때는 책이나 논문을 찾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교복 치마를 펄럭이며 복도에서 뛰지 마라! 여자가 조신하게 걸어야지!’라는 차별적 말을 들었을 때 선생님께 대들지 않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 자리를 빨리 피하는 게 주절주절 잔소리를 듣는 시간을 줄여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엄마 길미선이 생존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맞서 서면서” 살지 않았고, 딸인 이지연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냥 피하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일러줄 때, 엄마는 딸에게 가부장적 관습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엄마, 왜 비굴하게 지고 살라고 그랬어?”      


누구든 이 말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듯하다. 비굴해지는 건 나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상처 주는 행동이니 말이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내 탓으로 알고 살아가지 않기를,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내 이야기를 쌓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아줬으면 한다.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내가 나를 다정하게 대할 때 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가 눈에 띌 것이고, 그때는 내 어깨를 내 줄 용기가 슬며시 생길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잖은가.      


#엄마 와 할머니가 어떤 이유로 의절해서 왕래가 없었는지, 이지연의 언니는 왜 죽었는지, 새비 아저씨를 제외한 소설 속 남자들은 왜 가부장적 관습에 묶여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며 이기적이고 저열한지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조금이라도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밝은밤 #최은영 #문학동네 #@batasa_mee_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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