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타는 여여사 Dec 28. 2021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김난주, 왼쪽주머니

_ 원제: 七十歲死亡法案,可決(2015.02.01/361쪽)

_ 작가: 가키야 미우(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등)

_ 번역: 김난주

_ 출판사: 왼쪽주머니

_ 출간연도: 2018.10.01

_ 쪽수: 396쪽

_ 크기: 128*188     


#다카라다 도요코는 뇌경색과 뇌진탕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13년째 병간호 중이다.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산다. 아들은 대동아 은행을 그만둔 후로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요양보호사인 딸은 할머니 병 수발을 피해 근처에 따로 집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다. 70세가 되면 반드시 죽어야 한단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건 앞에서 가족들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다. 변하지 않는 현실과 가족들의 이기심에 좌절한 도요코는 극약처방으로 가출을 결심한다.      


#소설의 제목은 극단적이다. 저자는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와 가족 문제를 과격한 충격요법을 사용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초고령사회의 노인 간병과 수발 문제를 한 사람의 희생(책에서는 며느리)으로만 떠넘겨도 되는지, 사회가 들여다보고 해결해야 할 공공기관의 서비스는 없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간병이나 수발 같은 번거롭고 힘든 일을 못 본 척하는지, 아들은 친구의 고민은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엄마의 노고를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딸은 죄책감을 지니면서도 엄마의 고통을 외면하는지, 시어머니는 엄지손가락이 변형될 때까지 마사지하는 며느리의 희생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지….      


결국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끝인 건가. “고맙다고 말을 한다고 해서 고생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출구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도요코의 힘든 짐을 가족은 나눠 갖지 않았다.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도요코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참 시시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마사키와 모모카처럼 가족 내에서 누군가(엄마인 경우가 많았겠지.)의 헌신과 희생을 당연하게 여긴 적도 있었고, 처음에 느꼈던 고마운 감정이 금방 휘발된 적도 많았다. 언제부터 이런 뻔뻔한 생각을 가졌는지,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참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족 간에 서로 나눠 가져야 할 문제임에도 외면하고 지나쳤던 시간과 순간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에도 나는 누군가의 희생을 은근슬쩍 강요했던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희생을 강요한 순간들은 없었는지를 곱씹어봤다. 노인 부양뿐만 아니라 약자를 보살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가족이 아닌 타인이라면, 어쩌면 눈치를 보면서 합리적 선택과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 살아서 죄송해야 할 문제가 아닌데, 나이가 들면 살아 있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남겨 놓은 재산도 없는데 자식에게 부양까지 시킨다며, 빨리 죽어야 하는데 죽지도 못한다면서 탄식하기도 했다. 많은 세금과 의료비 부담을 져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 눈칫밥 먹는 노인이 됐다면서 젊은 날을 탓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노후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장착하고 건강한 몸과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경제적 능력까지 갖춘 어른.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 어느 한쪽으로 생각의 추가 기울지 않는 밸런스를 갖춘 어른.      


젠장, 사는 게 왜 이렇게 어렵냐.      


#70세사망법안가결 #가키야미우 #김난주 #왼쪽주머니     

매거진의 이전글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