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타는 여여사 Jan 06. 2022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문학동네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 나를 감추고 사는 사람들. 책은 청소년기의 친구 관계를 묘사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집단 내에 속하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우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많다. 남의 눈에 잘 보이려 애를 쓴다. ‘우리’에 포함되기 위해 ‘나’를 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라는 건 ‘살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말이다.      


중학교 2학년생 다현이는 친구와의 관계가 좋은 편이다. 다섯 손가락 ‘멤버’의 일원으로 남기 위해 다현이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다. 친구의 서늘한 눈빛을 경험했을 때도, 다현이 보낸 문자에 친구들의 답문이 없을 때도, 친구의 학원 심부름을 할 때도 다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쿨한 척 행동했다. 그런데 학교 과제로 만난 아이들은 다현이가 경험한 이전 ‘친구 관계’와는 너무 다르다. 동등한 친구 관계가 이런 것이구나. 다현은 독립된 나무로 자란다.      


저자는 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에 갇혀 생활하는 청소년을 위로하고 공감의 말을 건네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의 고민 글에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격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서천석 작가의 책과 EBS 프로그램, 청소년 심리학자들의 글과 다양한 사례를 많이 찾아봤단다.      


이 책을 읽을 때 큰 조카가 떠오른 건 다현이와 같은 중2 때 겪은 일이 생각났기 때문일 거다. 당시 조카는 세상의 중심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듯이 행동했다. 그때 조카는 올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우주의 중심이 ‘나’이지만, 정작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 시기. 친구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신경 쓰이고, 혼자된다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무서워 그 관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 어른들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데, 수평적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시기.    

  

하지만 그런 시기는 청소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도 ‘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고, ‘스스로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살피기 전에 나의 감정부터 돌보는 일이 먼저다. 나를 괴롭히고 조롱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면, 스스로 아웃싸이더(아웃사이더)가 되는 일을 기꺼이 선택해도 괜찮다.      


‘둘러보면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친구 왕따 시키고, 은따 시키는 그런 인성 가진 애들이랑 어울리느니 차라리 혼자가’ 낫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노력과 위로, 응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 근육이 단단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건 경험담이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문학동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