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의 책방, 잘 익은 언어들 이야기
이 책은 2017년 10월부터 책방을 운영한 저자의 책방 생존 고군분투기에 가깝다.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정부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책방 사장님의 경영 철학, 책방을 찾는 손님 이야기까지 두루 다뤘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도 ‘책방이 익기까지’ 기다려준 손님과 주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전주에서 [잘 익은 언어들]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는 책을 팔기도 하지만, 책방을 찾는 손님에게서 오히려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한단다. 책을 팔기 위해서는 겸연쩍고 민망하고 손발 오그라드는 일까지도 척척 해낸다. 아들이 틀어주는 음악에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하고, 책방지기 표현대로 판소리 마당극 <책방뎐> 한 곡조를 길게 뽑기도 한다.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12곳의 책방지기들과 의기투합해 만들고 운영한 일은 대단해 보인다. 정부의 지원 사업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네책방을 비롯한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에 손님들을 빼앗’기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책방만큼은 끝까지 해보고, 책방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단다. ‘아직도 서점에 오는’ 귀한 이들과 함께 ‘소소한 기적들을 만들고, 전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볼 것이라고 한다.
‘조용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별스럽게 일을 벌이는’ 책방지기의 바람대로 오래오래 책방을 유지하고, ‘보랏빛 자동차나 오토바이쯤은 멋지게 타고 다니는, 그런 할머니’로 익어가기를 응원한다. 그나마 표지가 보랏빛이라, 책을 쓰면서 반쯤은 소원성취하지 않으셨으려나. 책방은 ‘혼자서 꾸려가고 버티는 듯해도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책방뎐 #이지선 #오르골